반려견은 소유물의 관점이 아니라 삶을 꽉 채워주는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애견’이라는 말보다 ‘반려견’이라는 말이 훨씬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의 관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의 가치가 점점 더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존중받는 세상이다. 소유물의 관점이 아니라 삶을 꽉 채워주는 동반자로 자리잡은 것이다. 반려동물 용품 시장의 급성장 역시 이러한 사회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개와 사람의 끈끈한 유대는 영화, 드라마, 문학작품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소재로서 감동을 이끌어낸다. 새해를 맞아 개봉한 영화 ‘래시 컴 홈’은 반려견 래시와 12살 소년 플로의 따스한 우정과, 가슴이 탁 트이는 모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940년 영국의 소설가 에릭 나이트는 ‘돌아온 래시’라는 제목의 소설로 세상에 처음 래시의 스토리를 들려주었고 이후 래시는 전 세계 24개 언어로 출간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1943년 처음 영화화된 작품 역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으며 수차례 새롭게 제작되기도 했다. 1954년부터 1973년까지는 TV시리즈로 방영되며 긴 시간동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려라 래시’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남아 개인의 가치관과 정서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한 대상이 누군가를 그리며 먼 거리를 달려온다는 이야기는 늘 큰 감동을 안겨준다. 래시 컴 홈은 전형적이지만 동시에 공감이 확실한 스토리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화 속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던 래시와 플로는 졸지에 생이별을 하게 된다. 400년 넘게 유지되어오던 유리공장이 문을 닫으며 플로의 아버지가 실직하는 바람에 래시가 다른 집에 맡겨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래시는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하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다신 혼자 두지 않겠다’는 후회와 각오로 무장한 플로와 그의 친구는 래시를 찾기 위해 용감한 모험을 이어가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래시의 캐릭터는 충견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며 2005년에는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스타 TOP100’에 포함되기도 했다. 동물로는 래시가 유일했다는 점에서 당시 인기와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렇듯 하나의 아이콘으로 사랑 받은 래시의 이야기가 영화감독 올더디센 하노에 의해 새로운 장면으로 그려졌다. ‘웬디2:영원한 우정’ 등 동물 소재 영화에서 능력을 입증한 감독이 독일의 아름다운 풍광에 뛰어난 연출을 더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밴딧, 베일리, 버디’ 총 3마리의 개들이 래시를 연기했으며 그 중에서도 2살 밴딧은 특유의 활발함과 재능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훌륭하게 이끌어갔다. 그렇다면 ‘래시’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사실 래시라는 이름 자체는 소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일수도, 생김새에서 착안한 이름일수도 있다. 스코틀랜드 방언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야기 속의 래시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수컷의 털이 훨씬 풍성하고 미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인데, 이 영화뿐 아니라 1943년부터 여러 작품을 거치며 이어져 온 하나의 전통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긴 호흡으로 전달되는 동안 관객들은 어느새 지친 마음에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자극적인 이야기로 재미만 채우는 콘텐츠들이 많은 요즘, 래시의 시선을 따라가며 느끼는 잔잔한 감동이 반갑게 다가올 수 있다. SNS 등 현대의 배경요소와도 잘 어우러진 탄탄한 스토리에 온 마음을 빼앗겨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래시 컴 홈 / 올더디센 하노 감독 / 독일
글 newlooks
사진 제공 영화사 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