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 Mar 16. 2023

설렘과 두려움은 공존하나요?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청년들을 위한 '챌린저 클럽'에 참가했다. 운동량을 늘리려고 운동 모임을 1순위로 했으나 2순위 지망으로 적은 '책&글쓰기' 모임에 배정되었다. 이것은 운명일까? 글을 쓰라고 계시라도 내리시는 걸까. 요새는 글쓰기에도 흥미를 잃고 있었다.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첫 대면 모임에 갈 땐 좀 피곤한 상태였다. 약간의 설렘, 긴장감, 피로가 적절히 나를 상기시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지만 최대한 미리 가늠하거나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다.

  

  만나서 자기 소개를 겸해 감정 카드를 2개씩 골랐다. 눈 앞에 보이는 '즐겁다'와 '피곤하다'를 골랐다. 다른 사람들이 신중하게 고르는 걸 지켜보았다. '위로 받고 싶다'와 '위로하고 싶다'라는 카드를 보았는데 맞은 편 사람이 '위로하고 싶다'를 골랐다. 받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다니... 참 적극적이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에너지를 느꼈다.

  옆에 분은 '불안하다'와 '찝찝하다'를 고르시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었는데, 당연히 그럴만했다. 불합격 소식을 계속 접하다보면 내 자신에게서 자꾸 문제점을 찾게 되고, 그 요소가 바꿀 수 있든 없든 고통스럽고, 이러한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할만했다. 공감할 새도 없이 내가 말할 차례였다.

  "전 오늘 오전에 차 고치러 성수동에 다녀왔는데... 혼자 밥도 사 먹고 커피도 사 마시면서 돌아다니니까 즐겁더라고요. 근데 많이 돌아다녔더니 지금은 좀 피곤해요. 그래서 '즐겁다'와 '피곤하다'를 골랐습니다."

  주절거릴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돌아가면서 각자 무얼 쓰고 싶은지 얘기했다. 자신의 일과 연관되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 형식의 소설, 평소에 드는 생각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해져서 나는 이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1시간 반만에 4개월 동안 어떤 활동을 할 건지 계획을 세우고 파했다. 헤어질 때 커피라도 한 잔 마시자고 제안할까 고민했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집까지는 혼자 걸어왔는데 날이 꽤 쌀쌀했다.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하여 총 6명이었다. 2명이 서로 아는 사람, 또 다른 2명이 아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내 나이가 제일 많지 않을까? 내 나이 또래는 대부분 육아 스트레스로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을만하지 않을까? 나는 왜 이런 모임에 참석하고 있을까? 그래, 내가 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렇게 쓸쓸해지고 외로워지고 우울해지는구나, 알았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있구나. 알지만 기분이 썩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에 매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 심각해지지도 않았다. 집에 오니 포근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