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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사과 Mar 12. 2023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그런 엄마가 떠났다


2011년 6월 27일.


아침부터 이상한 날이었다.


그전날 저녁에는 친구와 술을 마셨고,

집에 들어왔더니 아빠만 깨어있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엄마를 못 보고 씻고 바로 잠을 잤다.


엄마랑 왜 그랬었는지 사이도 안 좋았던 터라

그날따라 일찍 잠든 엄마를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던 것이다.




다음날 6월 27일 아침, 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급하게 준비를 하고 깜깜한 오빠 방에 침대에서 자는 엄마를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설 때도 나는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 계절학기를 듣고 있었고, 2-3과목을 듣고 있었다. 2학년 1학기의 계절학기였으니, 나름대로 떨어진 성적을 복구시키기 위해 열정이 있었던 때였다.


수업을 듣던 도중에 갑자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는 걸 모르는 사람도 아닌 아빠가 연락을 했다. 11시에 엄마가 깨어있는 것을 확인했냐고


그럴 리가, 나는 그전에 나와서 모르는 일이었다.

‘아 뭐 이런 걸 물어봐..’ 하며 별 걸 다 물어보네 했고,

이후에는 큰고모한테 연락을 받았다. 오빠의 연락처를 물어보셨다. 엄마아들? 갑자기? 이상했지만 일단은 알려드렸다.


그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뭐지?? 왜 갑자기 고모가 연락을 하시고? 왜??


내가 오늘 엄마를 아침에 확인을 못 했는데... 일단 수업을 다 듣고 연락하라는 아빠 말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업 끝났다고 왜 그러냐고 연락을 했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집으로 와



뭐지??? 집으로 오라고 할 거였음 아까 전화는 왜??

이런 생각을 하며 3호선을 타고 내려가던 중

전철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아들- 어디야? 얼마나 왔어?
나 - 어 어디쯤이야
엄마 아들 - 어 그럼 수서역으로 와 집 지나서 알지? 삼성의료원으로 와. 거기 도착하면 큰외삼촌이 오실 건데 본관 앞에서 큰외삼촌 만나면 돼.
나 - 어? 어 알았어.. 삼성의료원?? 알았어-




나는 삼성의료원에 도착했고, 도착해서 본관 앞에 서 있었다. 흰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날은 여름 같지 않게 습하고 흐리던 날이었다.


큰외삼촌이 오셨다. 큰외삼촌이 내 손을 잡고 나와 본관을 지나 암 병동을 향해 걸어가셨다.


나는 ‘아, 엄마가 암 병동에 입원했나? 응급실에 간 게 아닌가? 응급실이면 본관으로 가야 하는데? 아 그럼 암인 건가? 벌써 입원했나?? 엄마가 많이 아픈가? 왜 근데 실내에서 안 움직이고 바깥으로 가시지? 으.. 습하다..’ 라며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때까지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암 병동을 들어가지 않고 계속 길을 따라갔다.

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갈 때쯤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그러나 그곳은 병원의 마지막 갈림길이었다.


직진은 아예 병원에서 나가는 길, 왼쪽은 암센터 오른쪽은 장례식 장이었다.


그런데 큰외삼촌은 나를 오른쪽의 장례식장으로 데리고 갔다.


아, 이상하다. 왜 장례식장으로 가지? 왜? 왜? 뭐야? 왜???? 


나는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냥 그때부터 생각이 멈춘 거 같았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들어갔는데


거기에 엄마의 사진이 있었다.


엄마가 환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빈소로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1년 6월 마지막 월요일, 내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고 가장 미워했던 엄마는 그렇게 갑자기 내 곁을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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