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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Nov 16. 2023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 멘토 한 해의 단상

전문가 멘토의 필요성과, 감사한 장관상

나는 학교 밖 청소년 시기를 총 3년 정도 경험했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2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반년 조금 넘게이다.


자퇴를 하면 더 이상 나를 학습 측면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진다. 물론 부모님과 사교육이 있긴 하지만, 부모님은 나를 교육시키기에는 전문성과 시간이 부족하며, 사교육은 학교 수준의 수준과 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대한 돈이 든다.


학교폭력 등으로 학교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탓에 학교를 그만두긴 했지만, 어떤 목표를 갖고 그만두지 않았기에 붕 떠버린 현실 속에서 오랜 시간을 낭비했다.


그때 나를 잡아주셨던 분이 2분 계신다. 한 명은 한동대 학생이었던 J선생님이다. J선생님은 한동대학교에서 교육봉사를 우리 교회로 나왔다가 중학교 1학년인 나를 만났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자퇴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매일 한동대로 나와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한동대에서 오랜 자퇴 기간 동안 J선생님을 비롯한 대학생들에게 공부를 배웠고, 나아가 한동대학교 문화에 스며들어 반 대학생의 신분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또 한 분은 K선생님이다. 전문 과외선생님이셨던 K선생님은 자퇴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나를 보고 무료로 공부를 가르쳐주셨다. 공부를 참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 깊은 인내와 많은 동기부여로 공부를 넘어 삶을 알려주셨고, 내가 다시 상급학교로 입학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틀을 다져주셨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감사한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 중 어떤 한 분이라도 안 계셨다면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지금의 순간이 왔을까 싶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 덕분에 대학교를 오고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하며 많은 취약 청소년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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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 2학년 무렵 대구 D고등학교에 교육봉사를 나갔다. 여러 사업비를 따오며 봉사를 키워가는 모습이 학교의 교육봉사 담당 교사분께 눈에 들었다. 그 이후로 교육봉사의 중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쌓았다. 그러다 그 선생님이 학교를 퇴사하게 되었고, 이후에 마음이 맞아 같이 학원을 오픈했다. 그게 대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봉사로 만난 인연인 만큼 우리의 학원도 열심히 봉사하는 집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봉사란 대부분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서비스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혹은 현실)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원을 운영하며 시장에서 돈을 받고도 팔리는 서비스를 봉사로 제공해서 취약 청소년이 어느 환경에서나 자신 최대의 기량을 펼치도록 지원하자고 했다. 


그 이후로 우리 학원에서는 매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학반을 개설하여 무료로 학생을 모집하고 가르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입시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나는 컨설팅을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학교 밖에서도 학교 안에서보다 더 좋은 진로와 진학에 대한 상담을 받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처음에는 봉사를 할 기관을 찾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마음을 알고 지원해 주셔서 봉사를 할 기회들이 더 많이 열리고 있다. 올 해는 특히 대구광역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주선해 주셨다. 여러 상황들을 조율해 주시고 기회를 만들어주신 센터에 깊이 감사드린다.


나는 아직 봉사에 있어 거창한 비전은 모르겠다. 어렴풋 청소년을 위한 '진정한 교육 기회의 평등'이 무엇일까 고민은 하지만, 너무 거대한 담론이라 아직은 정제된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그저 내가 받았던 만큼을 열심히 흘려내야겠다 싶다. 올해도 그런 한 해였다. 




끝으로, 이번에 감사하게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으며 한 해 멘토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올해 전국에서 활동한 학교 밖 청소년 사업 멘토 중 가장 높은 상이라고 들었다. 


내가 위에서 받은 것조차 아직 다 흘려보내지 못했는데,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고양되는 마음이다.


한 선배가 상이란 건 지금까지 잘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상복이 별로 없어 느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처음으로 나의 이름이 들어간 장관상을 받아보니 그게 어떤 말인지 알 거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받은 것을 흘려보내야겠다.


더불어 이 영광스러운 상을 받기까지 나를 위해 노력해 주셨던 많은 학교 밖 청소년 박성경의 선생님들과,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대구광역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센터장님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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