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사가 May 24. 2023

멍석 깔아주면 못 해요!

- 그들에게  멍석이란 -


앞자리 영어 선생님이 웃음을 주체 못 하시고 나에게 말을 거신다.


"선생님, 오늘~ 풉, 아니~ 5반 수업을 하는데요, 푸웁"


나는 또 우리 반 꼬꼬마들이 무슨 잘못을 했나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마주했다. 풉, 푸웁에 조금 마음을 놓긴 했는데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무슨 일일까요? 조심스레 묻자 박장대소와 함께 진짜 웃긴 일이 있었다며 들어보라 하신다.






우리 반 남학생 한 명이 오늘 수업에 나온 fancy라는 단어에 꽂혔나 보다.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트와이스의 fancy를 떠올렸는지, fancy you! 두둠칫두둠칫 몸을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신 선생님이 분위기도 띄울 겸 큐티보이라 칭찬하시며 앞에 나와해 볼래? 운을 떼셨다. 그랬더니 옆자리 여학생 한 명이 치고 들어온다.


"선생님! 얘 방석 깔아주면 못 해요!"


뭔가 이상하다. 방석... 묘하게 비슷한데 굉장히 이질적이다. 이게 뭐지. 드디어 1차로 웃음이 터진다.


"멍석이겠지, 방석이 아니라."

"멍석이요? 그게 뭔데요? 그런 게 있어요?"


2차는 당황스러움이다. 얘네들 정말 멍석을 모른다. 하도 답답해 그 자리에서 검색해 멍석을 보여주셨다.


"선생님, 선생님은 나이가 많아서 멍석을 아시는 거고요(참고로 선생님 올해 신규발령받으신 20대시다!), 저희는 몰라요. 방석이 얼마나 푹신하고 좋은데요. 그냥 방석 해요. 방석이 맞아요."


3차로 충격이 밀어닥친다. 모르면 배워야지가 아니라 내가 모르면 틀린 거다. 이제는 웃어넘길 차원이 아닌듯해 멍석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순간.


"선생님, 근데 명석도 있지 않아요? 명석은 뭐죠?"


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무슨 날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