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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Jun 12. 2023

쇼팽, 바르카롤/뱃노래

1년 넘게 참여하고 있는 클래식음악 감상모임에 짧은 곡소개를 부탁받아 쓴 글입니다. 이론적으로 아는 게 없고 연주를 할만한 실력도 아니다보니 들리는대로 감상문을 썼습니다. 함께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게 음악의 힘인 듯합니다.




쿵, 첫음이 마치 배가 첫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드는 건 이 곡의 제목이 뱃노래, 바르카롤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일까요. 쇼팽의 뱃노래, 바르카롤(Barcarolle in F sharp major, Op.60)은 마치 배가 육지를 떠나는 순간의 힘찬 도약과 같이 시작됩니다.

베네치아의 뱃사공들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는 바르카롤은 비단 쇼팽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차이코프스키, 포레 등의 작곡가 곡도 추천!). 다만 쇼팽의 바르카롤은 뭔가 앞으로 전진하는 듯한 인상과 그 전진에의 원동력 같은 화려함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물길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뱃사공의 손길에 따라 흘러가는 배가 그려져요. 그래서인지 9분여의 곡과 함께 저도 자연스레 어디론가 둥둥 떠가는 기분이 듭니다.

곡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멜로디는 파도처럼 반복됩니다. (제가 듣기에) 쇼팽의 다른 곡에 비해 트릴이 많이 들리는데, 물결을 표현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곡의 전반부엔 느리면서도 잔잔하게, 후반부엔 격렬하고 격정적인 트릴은 직접적이지만 우아하게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려낸 것 같았습니다.

이 곡이 작곡된 무렵은 쇼팽이 조르주 상드와 사이가 좋지 않고 쇠약해졌을 때라고 합니다. 심신이 극도로 지친 쇼팽이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쇼팽이 살아오며 겪은 수많은 감정의 진폭을 배에 실어 떠나보내면, 감정의 배에 맞닥뜨린 우리는 속절없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어집니다. 이것이 쇼팽 음악이 주는 감동이겠지요.

바르카롤 연주음반과 영상은 수없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음반은 지메르만, 영상은 블레하츠의 쇼팽콩쿠르를 많이 봅니다. 여러분께서도 취향에 맞는 연주로 감상하시면 될 듯합니다.



* 라파우 블레하츠의 소팽콩쿠르 당시 바르카롤 영상입니다. 이때의 블레하츠는 정말이지 빛나고 아름다운 연주를 보여줍니다. 

https://youtu.be/alaLgb0z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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