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외가 소란스럽다. 그동안 눌려있고 갇혀있던 것들이 한데 튀어나와 모두가 정신없다. 학교를 학생과 학부모로만 접했던 주변 사람들이 "설마.. 진짜..?" 라며 묻는다.
초등과 중등의 온도차가 있단다. 중등은 (과목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많아야 하루 한 시간 수업과 조-종례시간만 만나면 된다. 나 혼자 이상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이 교과 저 교과 선생님 모두가 느끼게 되면 어느 정도의 객관성도 담보된다. 하루종일 고립되어 혼자 민원인과 싸우지도 않는다. 다수가 모여있는 교무실에서 하는 통화는 외롭지 않다.
아이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닌다. 느낌상 정상수업일 것 같았는데 역시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건 이렇게 무섭다. 학교의 입장이 충분히, 아니 너무 잘 이해되어 더 슬프다.
선생님의 심정을 꾹꾹 눌러 담은 글에 가슴이 저민다. 하필이면 남편은 해외에, 부모님은 부산에, 그래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체험학습으로 선생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응원을 더하고 싶지만 나의 현실도 서글프다.
사실 이런 복잡한 생각들도 오래가진 못했다. 집에서 디벗으로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본다며 디벗 좀 빼앗아달라는 우리 반 보호자의 민원전화에 몽땅 날아가버렸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집에서 단속하시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디벗을 나누어 줄 땐 잘 사용하는 법도 교육에 포함된 것 아니겠냐고, 무턱대고 빼앗는 게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의 지도가 될 수 있냐고 빙빙 돌려 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우습지만 나도, 최전선에 있는 교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