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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Jan 05. 2024

먹고사는 건 무엇인가

-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이야기 -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10년 전 골절된 목은 여전히 통증을 가져다준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 통증을 관리하며 살라는 게 여태까지 가 본 병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한의원 골고루 다 다니긴 하는데, 야간진료를 한의원에서 많이 하다 보니 자주 가게 된다.


환자와 의사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일이 잘 없는 치료라(늘 엎드려 있으니) 선생님 얼굴도 잘 못 보고 다녔다. 그런데 오늘따라 걸어서 세계 속으로 이야기가 나와 신나게 떠들다 개인사를 공유하게 됐다. 아는 척 좀 그만해야 되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관심분야만 나오면 자제가 잘 안 된다.


중학교 사회 교사라는 것에 놀라신 눈치다. 동네에선 늘 거지 갓 면한 꼴에 꼴뚜기 모자 같은 걸 쓰고 다녀서 웹디자이너인 줄(웹디자이너의 느낌이 어떤 건지 모르지만 나한테 웹디자이너냐 묻는 분들이 다수였다) 아는 분들이 많다. 아랫집에 사시는 분도 내가 교사라는 걸 알고 나선 믿을 수 없다며 몇 번이나 되물으셨다.


게다 아이가 10살이 되었다는 사실엔 매우 호들갑스럽게 "어머, 저 진짜 솔로인 줄 알았어요. 진짜로요. 정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반응을 보이셨다. 내 나이가 몇인데.. 하도 당황스러워 그저 크게 웃고만 나왔다.


병원을 나서서 집까지 걸어오며 보이는 건물들 여기저기에 한의원이 참 많더라. 먹고사는 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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