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사가 Feb 27. 2024

2024학년도에는..

- 새 학교에서 1학년과 함께 합니다 -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정기전보가 5년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휴직을 하다 보니 7년 만의 전보다. 사실 나는 정기전보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번째 학교가 좀 특이한 경우라 그렇게 되었다.


어디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입 첫 해의 업무는 말 그대로 똥망이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비교적 요직(?)을 선점하고 그 학교에서 가장 기피하는 업무들만 남겨서 전입교사에게 배정한다. 신규였던 첫 학교와 특이했다던 두 번째 학교만 전입교사가 학교에 적응할 시간을 줬고,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학교는 모두 폭탄처리반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그래서 올해엔, 학교폭력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람을 꽤나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시던 어떤 교장선생님께서 나랑 절대 맞지 않는 업무라 하셨었는데, 나를 모른다는 핑계로 몰아놨다. 내 업무분장을 들은 친한 선생님은 "모사가 네가 제일 먼저 학교폭력 일으키고 휴직하는 거 아냐?"라며 박장대소했다. 크게 숨 한 번 내쉬고 학교에 못 할 일이 어디 있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아무 일을 안 하고 있다ㅋㅋㅋㅋ (솔직히 일을 모른다;;)


날이 갈수록 나의 까칠함은 더욱 연마된다. 올해엔 학부모용 밴드를 운영해볼까 싶어 일단 개설을 하고 소개글을 썼다. 다 쓰고 보니 처음부터 너무 뾰족한가 싶어 남편에게 보냈더니, "그냥 평소 모사가구만, 뭘. 근데 참 AI같다. 너~무 드라이해." 이란 답이 돌아왔다.


누군가 2반 교실 밑에 수맥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슬쩍 흘리고 갔다. 여태껏 늘 학년 중 가장 힘든 반만 맡아 이젠 기대도 안 했지만 올해도.. 또.. 역시.. 하느님은 나의 그릇을  얼마만큼으로 보시는 걸까;;라는 원망 섞인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학교는 굴러간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가고, 아이들은 크고, 부모와 교사는 적당히  포기하게 되겠지.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먹고사는 건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