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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won archive Jun 18. 2024

메모리 반도체 산업 "사이클"의 특수성

피눈물 쏟아서 버텨야 하는 산업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돈"이 장땡인 산업이다.

    경제 산업적인 측면에서,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산업을 "사이클 산업"이라고 부른다. 이 "사이클 산업"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고, 여기서 기인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전 글에서 반도체의 종류와 관련된 주요 기업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훑었다면, 여기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풀어보겠다.


1. NAND와 DRAM 산업의 사이클

    앞서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NAND와 DRAM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메모리 산업의 사이클도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볼 수 있는데, 이를 그래프로 아주 간략하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그래프로 비교해 보니 NAND 산업과 DRAM 산업의 사이클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NAND는 그저 DRAM이 부러울 뿐이다

    NAND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은 아주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에 더해서 중국의 YMTC까지 어느 정도 큰 업체들만 해도 5개가 되고 그 이외의 소규모 업체들까지 도합 해서 다양한 업체들이 시장에 NAND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NAND 산업의 경우 공급업체가 다양하여 소비자 우위 시장으로 투자 대비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순간에도 투자를 해봐야 돌아오는 이익이 적어서 그만큼 자본이 쌓이는 속도도 매우 느리다는 것.

    하지만 DRAM은 다르다. 수십 년의 치킨게임 결과 DRAM 산업에서 유의미한 공급자는 단 3개 업체(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로 줄어들었고, 결국 DRAM 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어서 투자 대비 이익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결국 NAND 산업 대비해서 자본이 쌓이는 양과 속도가 매우 빠르고 크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공급자 우위 시장인 DRAM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소비자 우위 시장인 NAND적은 이익을 가져간다.

치킨게임에서 버틴 자만이 매우 큰 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투자"비용은 매 년 줄지 않고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 적자가 나서 자본이 까이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기업들은 끊임없이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왜 그런 걸까? 투자비만 아껴도 바로 이익으로 돌아올 텐데 말이다.


2. 러닝머신을 달리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

    나는 반도체 기업들을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웬만한 IT 기업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량의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현재 투자의 결과가 미래 이득의 격차를 제일 크게 내는 산업이다. 아래 자료를 보자.

반도체 기업들은 멈출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진다. 아이폰3와 아이폰 14를 떠올려보자. 두 제품을 구매했을 때의 금액적인 부담의 정도는 비슷했던 것 같은데, 성능 차이는 압도적이지 않은가? 메모리 반도체도 그렇다.

    최초의 1세대 반도체 탄생 이후 시장에는 1세대 반도체만 공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연구에 힘입어 곧 2세대 반도체가 출시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반도체 대부분이 1세대 제품이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2세대 제품의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곧 뒤이어서 3세대 반도체가 출시되고, 1세대 반도체는 3세대 반도체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결국 2024년 현재까지 왔고, 지금은 4세대/5세대/6세대 반도체가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기업은 건실한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 판매되는 모든 세대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C기업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5세대와 6세대 반도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4세대 반도체만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C 기업은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세대와 3세대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안 되냐고? 아이폰 3과 아이폰 14를 다시 생각해 보자! IT 기기는 조금만 느려져도 사람들은 절대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뒤쳐져도 바로 버림받는 게 IT 산업의 기구한 운명이다.

    결국 A, B, C 기업 중 현재 판매되는 반도체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A기업이 제일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A기업이 이렇게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하여 7세대 반도체를 원활히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7세대 반도체가 시장에 등장한 시점에의 승자는? 당연히 A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투자를 소홀히 하면

가까운 미래에 바로 도태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

러닝머신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모든 기업들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반도체 기업들

    그래서 메모리 반도체 역사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어는 "치킨게임"인 것이다. 단 한 번의 기술 선택의 실수로, 잘못된 투자 판단으로 삐끗해서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져서 폐업한 기업이 십 수개가 넘는 곳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다. 그래도 DRAM 산업은 수 십 년의 치킨게임 이후 살아남은 세 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걸 보면, 그 힘든 세월의 끝에서 큰 보상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NAND 산업은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해서 반도체의 종류와 기업,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의 사이클의 특성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아보았다. 물론 이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더 실질적인 사례들을 살펴본다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앞으로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해 조금은 희미하게나마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다음에는 바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칩메이커, 키옥시아를 뜯어보면서 오늘 언급했던 투자의 중요성이 비추어 해당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점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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