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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일도만 Sep 15. 2023

아이를 낳지 않으면 왜 결혼을 하죠?

이혼하고 나서야 생각해보는 결혼의 의미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결혼할 사이라면 함께 이야기를 했어야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결혼은 무엇이고, 가정은 무엇인지, 너와 내가 함께 하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전남편과 나는 동갑 친구이다. 여보라는 말은 한번도 들어본적 없다.

나도 해본적 없다. 말할 생각만 해도 오글거린다.

별명이나 애칭 화가나면 그냥 '야' 다.


우리는 28살에 결혼했다.


당시 전남편은 회사를 취직한지 2년정도 되었고

나는 기간제로 다니던 일을 마치고 뇌출혈로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친정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다가

인도와 네팔 등 배낭여행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당시 시아버님 정년이 1년 조금 넘게 남아있으셨다.


어차피 오래 사귀었으니 결혼을 할꺼면 올해 안에 하라는

시부모님의 말씀에 어영부영 그 해 9월에 식을 올리게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정아버지의 두번의 뇌출혈로 인해 집안 사정이 힘든 상태였고,

원하는 곳에 취직이 쉽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때 두 손 벌려 안아주신 시부모님의 품이 정말 따뜻했다.


그래서였을까.

마음 한구석에 전남편은 나와 결혼을 하려는 마음이 없었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휩쓸려 나와 결혼을 하게되었나라는 마음이 자꾸 생겨났다.

그럴 수록 아이에 대해 미련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있으면 우리의 결혼이 더욱 단단해 질것 같았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깨닫고 있지만 말이다.


어릴 적부터 부인과쪽으로 좋지 않아서

손이 귀한 집의 외동아들인 전남편과 결혼하는게 부담스럽긴했다.

그래서 결혼 후 바로 난임병원에 다니게 되었고 이후 나의 일상은 아이를 갖는 것에 집중이 되었다.

그렇지만 생명은 정성과 노력에 비례하는 일이 아니었다.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결국 애보고 살지 남편보곤 못산다.

애를 낳아야 남편이 딴 생각을 안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나도 아이가 없으면 결혼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부도 많진 않지만

있는것 같다.

아주 가까이엔 친언니 부부가 그렇다.

그들이 바로 딩크족이다.

나에게 그들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처럼 느껴진다.

둘은 둘이서 이야기하기 바쁘다. 둘이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대화의 주제는 일상, 철학, 과학, 사회, 종교, 미술, 음악 등 다양하다.

그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전남편과 나는 취향이 다를 뿐더러 공유하는 것이 없었다.

서로를 잘 안다는 명목하에 각자의 취미와 취향을 즐기도록 건드리지 않았다.

좋게 말해선 그렇지만 사실 나는 배우자와의 대화가 필요했고 외로웠고 그리웠다.


어쩌면 내가 전남편에게 6개월의 개과천선 기간을 준 이유도

이런 감정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6개월이 지난 그날 아니면 그 전에 꼭 이야기해야한다.

이대로는, 그냥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듣지 않고서는

막연하고 불안하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어도 되니?

 너에게 가정이란 무엇이니?

 너는 왜 나여야하니?

 ....

 ...

 ..

 .

그런 나한테 왜 그랬어'



나는 아직도 많은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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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 길이 멀게만 보여도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흘러도

모든 일이 추억이 될 때까지

우리 두 사람

서로의 쉴 곳이 되어주리'

성시경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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