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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Feb 19. 2024

나의 사랑] 방구 뀌고 코 골고

좋은걸 닮아가야 할텐데 더러운걸 닮아가고 있다

연인 사이에 생리현상을 어디까지 허용하는가? 우리는 체면 혹은 부끄럼 그런거 없이 다 깠다.


사실 나는 남들 앞에서 생리 현상을 보이는 것을 못할 뿐 아니라 혼자 있어도 방귀도 참고, 트름도 조용히 하는 편이었다. 화장실에서도 옆 방 혹은 옆 칸에 누가 있는 것 같으면 볼일을 못 볼 정도로 어수룩 했으니 말 다했다. 잠잘 때도 혹시나 내가 코를 골까봐, 게다가 그 코골이 소리에 누군가 잠을 자지 못할까봐 수련회 같이 타인과 같이 자야 하는 상황이 오면 몇날 며칠을 밤을 세우곤 했다.


이런 나에 비해 옆지기는 아주 자유분방한 사람이었다. 처음 일년 정도는 아주 얌전이었지만 어느순간이 지나자 '뿡빵꺽' 아주 현란하게도 드럼을 쳐댔다. 머리 대고 눈만 감으면 탱크 모는 소리를 뿜어대며 잠을 자고, 배가 더부룩하면 엉덩이 들썩 들고 시원하게 방귀를 뀐다.


처음엔 적응이 안됬다. 저 사람은 내가 여자로 안보이나 싶었다. 이제 고작 1년 된 연인 사이에 이렇게 터도 되는건가, 저 사람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건가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만난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며 방귀 뀌고 코 골고 다 해버렸다. 하기사 10년동안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에 뿡 한번 하고 끅 하번 하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오늘도 점심시간 맞춰 학교로 찾아온 옆지기의 차에 가서 한숨 자고 왔다. 드렁 드렁 골면서 말이다.


우린 이렇게 닮아간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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