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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해야 나오너라

by 고야씨


무당소에서 한참 물놀이를 하다가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하면 물밖으로 나온다.

뜨끈하게 달궈진 커다란 돌 위에 올라가서 엎드린다.

친구가 내 등에 수건을 덮어준다.

그땐 바람이 반갑지 않아.

해가 구름에 숨는 건 더더욱 그래.

그럴 때 노래를 불러야 한다.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줄게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줄게


우린 이 부분만 알아서 같은 노랫말을 반복한다.

해가 나오지 않으면 더 크게 부른다.

그러다 누가, 김치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면

우리는 짜장면, 탕수육, 치킨, 삼겹살, 햄버거 하며 가사를 바꾸어서 더욱 간절하게 노래한다.



그러면 해가 꼭 나와서 노란빛을 내려줬는데

해가 나올 때까지 노래를 해놓고도

우리는 그 노래를 신비한 주문처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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