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서울에서 친척들이 놀러 왔다.
근처 솔밭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낼 거라며, 나랑 동생도 데려가겠다고 했다. 개울에서 물놀이도 하겠지, 나는 까만 비닐봉지에 옷, 수건, 속옷을 얼른 챙겼다.
솔밭은 말 그대로 소나무로 가득했다. 바닥은 부드러운 솔잎이 덮여 폭신하고 평평했다. 거기에 풍뎅이처럼 귀여운 텐트가 두 개 솟았다. 아이 다섯 명과 어른 두 명, 총 일곱 명이 있었는데, 큰 텐트엔 나와 내 동생과 서울에서 온 세 자매 중 첫째와 둘째가 자기로 했고, 세 자매 중 막내는 부모님과 자기로 했다.
솔밭의 밤은 우리 집의 밤보다 더 어두웠다. 소나무들이 가지 끝에 걸린 달과 별을 까맣게 칠하고 있었다. 정말 텐트만 빛났다,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김에 하늘까지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텐트에 들어와 본 나는 지퍼로 된 창문과 망사로 된 유리창을 여닫으며 상상했다.
까만 데서 더 까만 그 밤, 솔밭엔 화장실이 없었으므로, 텐트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으로 가 볼일을 봐야 했다. 똑같은 걱정을 하다가, 단 한 사람이 마려워도 모두 다 같이 가주기로 약속을 했다.
후레시를 들고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저 멀리 앞을 비추었다. 어둠에 잠겼던 공간이 한순간에 떠올랐다. 무언가 보일까 봐 덜컥 겁이 나서 얼른 붙빛을 내 발 앞으로 가져왔다. 심장이 온몸에서 쿵쿵 울렸다.
텐트 안에서는 후레시를 얼굴 아래에 대고 귀신 흉내를 내며 웃었지만, 텐트 밖에선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 귀‘자도 꺼내지 않았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걷다가 바스락, 소리 하나에 달리기 선수들처럼 텐트로 뛰어갔다. 솔방울 하나가 그렇게 사람을 놀라게 할 줄은 몰랐다.
무섭지만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모험이고, 서로가 있고, 후레시가 있고, 반딧불이가 단단히 기다리고 있고, 어른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을 만큼의 무서움이라서 기꺼이 아슬하게 즐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