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피어 증후군에 대하여
우리 집 강아지 꾸꾸는 올 해로 11살이 됐다. 처음 데려왔을 때는 8살이었는데, 전 주인이 강아지 나이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7 살인줄 알고 있었다. 20대 중반이었던 내가 어느새 서른을 앞두고 있듯, 우리 강아지도 나이를 먹고 있다. 나도, 강아지도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우리의 시간이 다르게 간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7 살인줄 알았던 8살 때는 어딜 봐도 아기 같고 깜찍했다. 뛰는 모습, 짖는 소리, 식탐 전부 다 아기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아기냐고 물어보고,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라했다. 지금도 11살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귀여운 강아지지만, 같이 사는 사람만 느끼는 늙음이 자주 보인다.
입 주변에 흰털이 늘어나서 보노보노 같아졌고,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고 발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잠이 많아졌고 활동량이 많이 줄었다. 투정이 많아지고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기같고 귀엽지만 늙음을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수의사 선생님은 노령견이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읊어주신다. 때로는 치료할 수 없는, 그저 노화로 인한 증상들을 진찰하고는 선생님도 해야 할 말을 전하는 걸 어려워하신다. 선생님 강아지도 똑같다고 위로하시며 강아지를 만져주셨다.
인스타그램에 팔로우해둔 여러 강아지 중 두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견주들은 펫로스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다. 마음이 아파 글을 오래 보지 못한다. 아직 겪지 않은 일이지만 깊이 공감한다. 동시에 너무 두렵다.
나처럼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광고 카피처럼 서로의 예기된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펫로스 증후군은 이제 제법 인정되고 이해받지만, 펫로스를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숨겨져 있다. 난 이것을 펫로스 피어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펫로스 피어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평균 수명이 14살인 토이푸들. 내가 아는 토이푸들은 모두 14살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우리 꾸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껌딱지 꾸꾸가 혼자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맘이 아프다. 내가 같이 건널 수만 있다면, 내가 데려다 줄 수라도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