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조심해야 할 '카더라 통신'

님아 그 말을 다 믿지 마오

by 정숙진

"코로나 백신 맞은 사람만 병원에 갈 수 있다던데."


병원을 예약하려는 내게 남편이 건넨 말이다.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동안 쌓인 게 있던 지라 곧바로 쏘아붙였다.


"또 한국인이 말한 거죠? 제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으면 전달 좀 하지 마요."


나도 한국인이면서 같은 한국인을 미개인 취급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

해외에서 만난 고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각별히 대하려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오면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조심해야 할 한국인은 극소수지만 분명 있다. 나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한국인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바로, 이들이 전하는 '카더라 통신' 때문이다.


앞서 나온 백신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병원을 예약할 무렵, 영국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백신을 보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지 못하던 때다. 우리 부부처럼 40대와 그 이하 연령대는 당시 접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반 이상이 아직도 접종을 기다리는데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만 병원에 가게 하다니, 백신 안 맞으면 아프지도 말란 말인가? 인터넷과 TV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정보를 나더러 믿으라고?


아내가 괜한 헛걸음할까 걱정되어 한 말인데 내 퉁명스러운 반응에 무안해진 남편이 한 마디 덧붙인다.


"누가 병원 갔다가 들었대."


그놈의 카더라...


이런 식의 카더라는 영국의 한인 사회에 흔하다.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퍼뜨리는 건 아니겠지만 타인의 입을 거치면서 핵심 정보가 빠지거나 유효기간이 지나고도 유통되니 문제다. 이를 확인도 안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더 문제다. 카더라 정보에는 비자나 영주권, 해외 취업 등 해외 거주자에게 민감한 내용도 있다.



"영국에 있는 남편과 살려고 왔는데요."


공항 입국 심사에서 A의 아내가 한 말이다.


이 여성이 몇 개월만 더 일찍 영국에 왔더라면 입국이 허락되었을지 모른다. A보다 2년 여 전 동일한 절차를 거쳤던 나는 무사 통과했던 심사다.


A 부부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영국에 입국했다. A가 먼저 영국에 정착해 있고 취업비자도 있으니 아내가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비자가 거부되었고 다음 날 강제 출국까지 당했다.


그동안 입국 심사 방식이 변경된 것도 모르고 주변 사람의 말만 들었던 결과다. A에게 정보를 줬던 한국인은 나처럼 예전 방식으로 입국 심사를 거쳤으리라.


영국에 대해 질문하는 이에게 내가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다.


"저희 가족은 이런 식으로 했는데 그동안 방식이 달라졌을지 모르니 꼭 확인하세요."




배경 지식이 부족해, 뉴스나 강연을 듣고도 내용을 다 이해 못 하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 못 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해 가능한 내용만 모아서 정보를 재구성해 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이해하는 정보'와 '이해하지 못하는 정보' 사이의 간극을 억지로 메워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이다.



나 - 칠레에서 광부들이 구조되는 거 봤어?

친구 1 - 칠레?... 광부?... 무슨 소리야?

나 - 칠레에 탄광이 무너지고, 광부들이 한참 갇혀 있었거든. 오늘 아침에 첫 구조자 나오고...

친구 2 - 칠레가 아니고 미국이겠지. 나사가 나섰던데.



2010년, 칠레에서 광산이 붕괴되어 광부들이 매몰되었을 때다. 당시 영국 방송사는 광부들이 구조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매몰된 탄광 입구에 NASA라고 적힌 커다란 특수 기기가 세워져 있었다. 광부들의 구조를 돕기 위해 미국이 지원한 것이다. 이걸 보고 친구 2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라 주장했으리라. 뉴스를 보지 않은 주변 친구들은 친구 2의 말을 더 신뢰했다.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가려서 듣는 습관이 내게 생겼다. 귀가 솔깃하다 싶어도 나중에 꼭 확인 절차를 거친다. 앞서 나온 '백신 접종자' 카더라를 그대로 믿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에 따라서는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도 혹은 위급해질 수도 있는데 무작정 기다리지 않겠나.


TV나 신문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잘못 해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카더라는, 한 다리 건너 들은 정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퍼 나르는 행위다.



"친구가 자동차 안전 교육을 받으러 갔거든요.

교육관이 '당신 왜 왔어?'라며 불친절한 태도로 나오더래요.

아무 이유도 없이 이 친구는 교육도 못 받고 쫓겨났잖아요."


교육관의 불친절한 행위를 몸으로 흉내까지 내며 친구가 경험한 일을 B가 전했다.


영국에서는 속도위반을 한 운전자 중 위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1일 교육으로 벌점을 면하게 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교육장에서 쫓겨났다는 한국인의 일화다.


B의 말을 듣자마자 앞뒤가 안 맞다 싶어 '친구분이 영어를 잘하나요?'라고 물었더니 간단한 영어밖에 못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영어로 실시되는 프로그램이요, 그것도 교통 벌점을 면하기 위한 강제 교육이다. 영어 실력도 안 되면서 이런 교육을 들으려 하다니, 교육관이 뭐라고 했겠나?


"지금 설명하는 내용이 이해가 되나요?"

"내용 이해를 못 하면 교육 참가로 인정 못합니다."



"어떤 한국인이 영국에서 겪은 일인데요..."


C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다 듣고 보니 내 이야기다.


이사 간 동네에서 아들이 학교를 배정받지 못해, 내가 집에서 가르치던 시절의 일이다.


취학 연령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방문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통보가 집으로 왔다. 주로,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에 한하며, 부모는 방문을 거부해도 된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자발적으로 검사를 신청해 교육청 직원을 집으로 맞이했다. 아들의 학교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는 일종의 시위였다.


"제가 좋아서 홈스쿨링하는 줄 아세요?"


평범한 경험은 아니다. 내가 직접 했던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그 이야기가 한 집, 두 집 건너... 혹은 얼마나 더 많은 집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내게 되돌아온 셈이다. 다행히 내가 최초 구술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맞은편에 앉은 나라는 사실을 C가 모를 뿐이다.


내 이야기가 주변에 퍼졌다고 우려하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내용이 왜곡되어 또 하나의 '카더라'가 탄생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될 뿐이다. 내가 겪은 특수 상황을 일반적인 사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영국에서 홈스쿨링하면 교육청 사람이 검사하러 온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카더라 통신'은 한국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코로나 증세와 원인에 대한 영국의 공식 발표가 엇갈리던 무렵, 온라인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내 친구 중에는 의료계 종사자가 여럿 있는데, 이들까지 코로나 카더라를 퍼 날랐다.


다른 나라 사람은 어떨까?


나처럼 고국을 떠나 영국에 사는 외국인을 관찰해 보면, 이들은 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이민족인 나보다는 같은 민족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인다. '같은 고국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된다'의 자세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설마, 같은 한국인인데 우리에게 틀린 말 하겠어?"


한인 사회에 떠도는 풍문을 있는 그대로 믿지 말자. 나쁜 사람은 없어도 나쁜 정보는 있다.


나쁜 정보를 거르고 싶다면 직접 확인하자. 비자나 영주권, 해외 생활에 관한 정보는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고 직접 문의해도 된다. 현지 소식을 한글로 읽고 싶다면 포털 뉴스 국제 면을 참조하자.


커버 이미지: Photo by ELEVATE on Pexels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