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놔! - (5) 밀린 월급 압류추심하기
이 이야기는 노동자(가명) 님과 반쯤 실시간으로 함께합니다
세상에 금전의 신이 있다면 이건 당신께 주는 그르륵 칵칵 힛맨뱅!!!
어째 이 시리즈는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학부 선후배친구들을 여럿 만날 일이 있었다. 일이 있어서 먼저 나오는데, 누구 하나가 갑자기 따라나와서는 뭘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판결문은 있는데 추심만 따로 의뢰해도 되겠냐는 것이다. 참고로 이 사람은 학교 선배이고, 학교 다닐 때 나한테 잘.. 해줬는데 뭘 잘해줬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 뭘 잘해줬지? 이 선배 여친이랑 워낙 친하고 좋은 사이라 이 선배도 잘해줬다는 기분이... 요약하자면 월급이 많이 밀려서 회사를 관둔 후 소송을 걸었고, 법률구조공단 통해서 확정판결문은 받아두었는데 추심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래 합시다요.
추심 사건의 가장 큰 문제라 하면, 채무자가 돈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압류나 압류 자체는 쉽다. 근데 제3채무자진술서가 돌아오면? 통장에 370원 있어용. 하고 돌아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단 이 선배도 그럴 수도 있거니와, 워낙 친했던 사이라 돈을 많이 받기도 뭣해서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만 받기로 했다. 대표 허락도 받았으니 계약서 쓰고 압류 및 추심명령신청서를 썼다.
사실 이미지로 넣고 싶진 않은데 브런치가 글 편집에 별로 좋은 편은 아니라... 아무튼 신청취지는 저런 식으로 쓴다. 신청이유는 좀 더 간단하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00지방법원 2024. 0. 00. 선고 2024가단000000 임금 사건으로 소를 제기하여 전부승소하여 2024. 0. 0. 확정된 바 있으나 채무자는 이를 전혀 변제하지 아니하는바, 이에 채무자가 제3채무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별지목록 기재의 채권을 압류하고, 이를 추심하고자 이 건 신청을 합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꼭 넣어야 하는 것들은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그러니까 열람용으로 뽑은 판결문 말고 <<정본>>이 필요하다. 정본은 한통이므로 법원에서 받을 때 소중히 간직하자. 정본을 다시 못 받는 건 아닌데, 다시 받으려면 일종의 소명서 같은 걸 쓰면서 울어야 한다. 송달증명원 및 확정증명원도 제출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1.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 판결정본과 집행문을 같이 넣으면 된다.
2. 제3채무자에 대한 진술최고신청서 : 이건 전자소송에서 진행하다보면 '제3채무자에 대한 진술최고신청'이라는 걸 넣으라고 창이 떴던 것 같다. 금융기관용과 그 외에 대한 게 따로 있다. 편의상 이 글에서는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것만 다루는데, 실제로는 회사가 위치한 상가건물 보증금채권도 압류했었다. 그러니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 대한 진술최고신청도 했었지.
제3채무자에 대한 진술최고신청. 아마 대법원 사이트에서 찾아서 넣었던 것 같다.3. 법인등기사항증명서 : 이건 나중에 보정명령으로 나왔다. 관할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라고 하더라. 사실 법인이 당사자로 들어간 사건에선 웬만해선 법인등기부등본은 다 넣어야 한다; 대체 집행사건은 왜이리 관할이 까다로운 것인가? 징징입니다.
4. 송달 및 확정증명원 : 바보같이 까먹고 안 넣어서 보정명령이 나왔다. 바로 넣으면 문제 안 생긴다.
5. 상가건물보증금채권을 압류할 경우 보정으로 주택인지 상가건물인지를 소명하기 위해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를 내라고 보정이 나왔었다.
이 정도.
근데 별지 - '압류 및 추심할 채권의 표시'가 생각보다 어렵다.
1. 총 청구금액 : 이걸 계산하는 건 머리에 힘주면 딱히 어렵지 않다. 못 받은 돈이 얼마인지는 알아서 계산해야지... 헐 근데 브런치 쓰다보니 내가 잘못 계산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내 사건은 중소기업은행에 대해서 천만원, 보증금채권 천만원 식으로 나눠서 압류했는데, 보증금채권은 추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 중소기업은행에 대해서만 채권을 배당받고 있는 상황이다. 근데 중소기업은행에 2천 주세요 하고 있음... 그리고 어차피 채무자한테 돈 얼마 없어서 별 일 안 생긴다는 게 더 슬프지)
2. 제3채무자별 청구금액 : 제3채무자가 한 명이면 안 써도 된다. 근데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야 하면 여기저기에 어떻게 나눠야 할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로지마한테 돈을 받아야 하는데 얘가 어느 은행에 돈을 모아놓는지 모르겠으면 대충 전에 거래했던 은행에 많이, 다른 시중은행에 조금 적게 잡는 식으로 나눠서 압류하는 식으로. 다만 은행 예금의 경우 아래와 같이 뭘 좀 길게 붙여야 한다.
채무자 주식회사 돈내놔가 제3채무자 중소기업은행에 대하여 가지는 아래 예금채권(장래 입금되는 예금을 포함) 중 아래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 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
1. 압류되지 않은 예금과 압류된 예금이 있을 때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 선행 압류, 가압류가 되지 않은 예금
나. 선행 압류, 가압류가 된 예금
2. 여러 종류의 예금이 있을 때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 보통예금 나. 당좌예금 다. 정기예금 라. 정기적금 마. 저축예금
바. 자유저축예금 사. 기타 모든 예금
3. 같은 종류의 예금이 여러 계좌가 있는 때에는 ➀ 예금금액이 많은 것부터, ➁ 만기가 빠른 것, ➂ 계좌번호가 빠른 것의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4. 제3채무자 송달일 기준으로 위 청구금액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장래 입금될 예금(입금되는 순서에 따름)을 압류한다. 끝.
(*이건 대한민국법원 전자민원센터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서에서 제시하는 양식에 따른 것이다. 회사마다 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예금이 아니라 임대차보증금이면 또 다르다. 같은 신청서의 임대차보증금을 압류할 때의 양식을 보자.
청구금액: 원
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20 . . . 서울 ○○구 ○○동 번지(또는 도로명 주소) ○○아파트 ○동 ○호를 임차함에 있어 제3채무자에게 지급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중 위 금액
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있을 경우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이 정도로 하면? 결정은 금방 나온다. 은행은 제3채무자진술서를 빨리 안 줄 때가 있지만(까먹고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싫어서 안 주진 않는다. 개인의 경우 이게 뭔지 몰라서 안 주거나 채무자와 결탁하여 안 내놓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과태료인가? 아무튼 불이익 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그럼 추심금소송을 해버리면 그만이긴 한데 일단은 은행예금부터 받아내보자. 물론 추심금소송을 하면 나야 좋지...^^ 선배 얼마 줄거야?
다음편(추심)으로 이어집니다...
(*이걸 보는 변호사님들 중 왜 저걸 변호사가 다 하고 있나 하고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① 개인 사건이라서 ② 집행사건할 사무장이 없는 영세펌이라서 그렇습니다... 지금 개인회생도 제가 다 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피눈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