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놔! - (6) 밀린 월급과 압류경합
그런데 이제 월급 밀린 사람이 한 명이 아닌
지난편에서는 압류 및 추심신청을 했고, 별달리 문제가 없었으면(문제가 있었으면 보정명령이 나온다. 그럼 시키는 대로 해서 보정서를 넣으면 된다) 결정문이 나온다. 결정문 중 주문은 대충 저렇게 생겼다.
주 문
1.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별지목록 기재의 채권을 압류한다.
2.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위 채권에 관한 지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채무자는 위 채권의 처분과 영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4. 위 압류된 채권은 채권자가 추심할 수 있다.
아무튼 설명하자면, '채무자 주식회사 돈내놔가 중소기업은행에 넣어둔 돈을 채권자 노동자가 빼갈 수 있게 해 주겠다. 중소기업은행은 주식회사 돈내놔에게 돈 내어주지 마라'라는 뜻이다. 제3채무자라는 건 채무자의 채무자라는 뜻이거든. 여기서는 가장 편한 '은행 돈 빼가기'만 설명했지만, 변호사한테 가서 맡길 경우 별의별 수단을 다 강구할 수 있다. 내 경우, 실제로는 주식회사 돈내놔가 입주해 있는 상가의 보증금반환채권도 압류했고(그리 효과적이진 않다. 월세 안 내서 깎아먹으면 되니까).
이제 돈을 빼러 가자!
은행에서 오는 제3채무자진술서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채권이 얼마 있는지(모자이크함), 압류경합이 있는지... 꼭 있음.?
그렇지. 월급 밀린 사람이 있으면 한 명만 밀린 게 아니겠지.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보자. 배운 적 있다! 그토록 힘들게 하던 민사재판실무에서! 근데 실무를 배운 건 아니지 사실! 실무라 하면! 어디에 뭘 어떻게 보내서 뭘 시켜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돈은 언제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통상 저 정도 되면 당사자랑 합의해서 돈을 받아낼 수도 있고(압류까지 가면 자기도 힘들어진다), 추심요청서를 작성해서 신분증 들고 은행 가서 받아온 후 법원 가서 추심신고서 쓰면 된다. 이 정도 단계는 구글이랑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나오기도 하고, 압류 및 추심신청까지 해서 결정문 받았는데 변호사가 붙어 있으면 알아서 상대방이 합의하자고 오니(?) 글을 쓸 일이 없었던 거지. 근데 나도 다른 채권자가 이미 압류를 때려놓은 압류경합 상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 적이 없었다. 일단 차분히 숨을 몇 번 쉬고 침착하게 구글에 압류경합을 검색했다. 우리가 청구해야 하는 금액보다 적긴 하지만 돈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일단 민사집행법에서 (채권)압류의 경합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하고 있다.
민사집행법 제235조(압류의 경합) ①채권 일부가 압류된 뒤에 그 나머지 부분을 초과하여 다시 압류명령이 내려진 때에는 각 압류의 효력은 그 채권 전부에 미친다.
②채권 전부가 압류된 뒤에 그 채권 일부에 대하여 다시 압류명령이 내려진 때 그 압류의 효력도 제1항과 같다.
그리고 관련해서 이런 조항이 있다.
제248조(제3채무자의 채무액의 공탁) ①제3채무자는 압류에 관련된 금전채권의 전액을 공탁할 수 있다.
②금전채권에 관하여 배당요구서를 송달받은 제3채무자는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의 청구가 있으면 압류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하여야 한다.
③금전채권중 압류되지 아니한 부분을 초과하여 거듭 압류명령 또는 가압류명령이 내려진 경우에 그 명령을 송달받은 제3채무자는 압류 또는 가압류채권자의 청구가 있으면 그 채권의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하여야 한다.
④제3채무자가 채무액을 공탁한 때에는 그 사유를 법원에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기간 이내에 신고가 없는 때에는 압류채권자, 가압류채권자,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 채무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이 그 사유를 법원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대충 알고는 있는데, 집행공탁을 어떻게? 시키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지. 고민하다가 각종 오픈카톡방에 '집행공탁'으로 검색을 돌려봤다. 은행에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근데 그럼 진짜로 은행이 집행공탁을 알아서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보내보고 씹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자 싶어졌다.
1.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귀사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돈내놔는 본 법무법인의 의뢰인인 노동자 님에게 임금 및 퇴직금 도합 10,0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노동자 님은 주식회사 돈내놔를 상대로 서울어디지방법원 2024가단0000호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이는 2024. 0. 0. 확정된 바 있습니다. 이후 귀사를 제3채무자로 하는, 아래와 같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기에, 아래와 같이 지급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3. 위 채권자는 상기 채무자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에 기하여 10,000,000원 중 채무자의 귀사에 대한 채권을 한도로 한 금원의 지급을 요청하오니, 아래 채권자 예금계좌로 지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은 임금채권 및 퇴직금채권으로서 근로기준법 제38조에 기한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이오나, 이에 다툼이 있을 경우 관할 법원에 공탁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이 정도로 써서 보냈다. 판결서와 결정문 사본, 혹시나 돈 줄 수도 있어서(?)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도 넣어 보냈다.
그 후 며칠... 몸이 안 좋아서 회사를 며칠 쉬었더니 해당 사건(2024타채0000)의 나의사건검색에 사건번호가 새로 붙어 있었다. '2024타배0000 배당절차'. 그럼 이제 다른 채권자들과 내가 주식회사 돈내놔의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채권을 나눠가지는 기일이 잡혔다는 걸 알게 된다(무려 2025년 1월로...). 그리고 중소기업은행이 전자소송을 안 쓰고 공탁을 종이로 해서 보정서나 관련 안내서류가 우리 당사자 의뢰인네 집으로 등기로 가버렸다. 일단 위임장은 우편으로 넣었다. 각종 송달장소 변경도 하면 되긴 하는데,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돼서 이 사건은 그냥 의뢰인 집으로 계속 받게 될 것 같다(전편에서 말했듯이 친한 선배가 의뢰인이라).
채권계산서와 보정서 제출 등에 대해서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하트 여러 개 받고 싶어요. 투비컨티뉴... 다음편은 11월 중, 다다음편은 1월말에 올라옵니다...; 기일이 내년 1월에 잡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