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내일은 재밌는 일이 생길 거예요. #습작 #품행장애
강아지를 찾습니다.
말티푸(암컷/4살/하얀색/6kg)
실종 날짜: 2024년 3월 12일, 오후 8시
실종 장소: 그림아파트 5단지
특징: 흰 털(등 부분만 누런 털 섞임)
이름: 모모 (이름 부르면 쳐다봄)
제 소중한 가족입니다.
보호, 목격하시면 제발 아래 번호로 연락 주세요.
오후 3시 32분, 학원에 가던 아린은 벽에 붙어있는 전단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심심했는데 잘 됐다. 거슬리는 년이 있었는데 거리를 찾은 거 같다. 이지유. 주제도 모르고 깝죽거리면 대가를 치러야지. 삐쩍 마르고 못생긴 게, 뭐 하나 눈에 띄는 것도 없으면서 회장이라니. 단독 후보 무투표 당선이 나대는 꼴은 못 보지. 아린은 가방에서 연필을 꺼낸다. 오른손잡이인 그녀는 전단 아래 왼손으로 글씨를 쓴다.
'강아지 보호 중 연락 주세요.'
전화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증거 싸움이다. 증거가 없으면 아무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거 이미 익히 경험했다. 분명히 있었던 일이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그녀의 부모님은 아린을 끝까지 믿고 보호할 수 있었다. 사실 믿은 건 아니고 믿은 척이었겠지. 실제 가해 여부는 상관없었다. 아린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는 것이 부모님의 목표였으니까. 아린에게 세상은 너무나 단순하다. 난리가 나도 곧 아무 일 없이 되돌아오니까.
이곳은 도롯가라 주변에 딱히 상가건물도 없고, 방범 카메라도 없다. 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아린은 휴대폰을 꺼낸다. 이지유 폰 번호를 저장해 놓은 게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그녀는 지유의 전화번호를 전단 아래 적는다. 오늘따라 왼손 글씨가 예뻐 보인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제 다른 길로 되돌아가 같은 학원 친구를 만나면 알리바이도 생긴다. 그 시간에 같이 있었다는 진술서를 써달라고 하면 끝이다.
'전 그 길로 안 다니는데요?'
그런데 지유가 눈치를 아예 못 채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증거가 없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주제를 알고 바짝 기지. 학교에 소문이 나야 팝콘각인데. 아무 일도 없을까 봐 걱정된다. 이지유, 네가 얼마나 난처하고 억울했는지 얘기 좀 해봐. 그리고 견주님, 누가 남의 전화번호 팔아 소중한 강아지를 찾았다 장난쳤는데 설마 가만히 있으실 건가요? 모모를 진짜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그러면 안 되지요. 그런 못된 아이가 있다고 꼭 학교에 연락하세요. 날 찾아봐요.
'파이팅!'
아린은 낄낄대며 되돌아 달린다. 오늘 좀 일찍 나오길 잘했다. 지루한가요? 내일은 재밌는 일이 생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