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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콰드로페니아 Aug 08. 2022

나의 러닝화 연대기

좋은 러닝화를 고르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사는 것이다. 여러 광고나 이미지에 혹하기 보다 가까운 매장을 찾아가  직접 신어 보고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사이즈는 넉넉하게 사야 한다. 앞코가 엄지 손톱, 약 15mm 정도는 남아야 오래 달려서 부은 발이 신발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한두 켤레 사서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나와 맞는 신발을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렇게 아식스와 뉴발란스에 정착하게 되었다. 나이키는 내 발에 맞지 않아서 선호하지 않는데 누군가에게는 잘 맞는 신발일 수도 있다.


내  첫 러닝화는 아디다스의 클라이마쿨이었다. 신발 전체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못해 밑창에도 통풍 공간이 있던 신발이었다. 지금은  안정화니 쿠션화니 러닝화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고 있지만 당시 나는 그런 구분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아는 브랜드라고는 아디다스, 나이키, 뉴발란스, 이렇게 세 곳뿐이었다. 나이키는 발볼이 넓은 나와 맞지 않아서 평생 한 켤레도 신어 본 적이 없다. 뉴발란스는 좋아하지만 그때는 574만 알고 있었다. 남은 선택지는 아디다스뿐이었다. 사이트에서 세일하는 모델로 가볍게 구입하였다.


기능이라고 해 봐야 통풍 정도밖에 없던 신발로도 부상 없이 1~2년 정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카본화니 뭐니 요즘 유행하는 여러 유행이 있지만 별로 중요한 점은 아니라 생각한다. 내 발에 맞는 러닝화와 너무 무리하지 않고 적절하게 강도를 높여가는 현명한 훈련 태도가 중요하다. 조금 달려 보니 할 만하다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넘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을 당하고 만다. 좋은 신발을 신는다고 그런 부상까지 막을 수 없다. 클라이마쿨을 쓰던 시간은 내게 좋은 경험을 주었다.

 

아쉽게도  클라이마쿨은 1년 반 정도 사용한 이후 옆이 뜯어지며 생명을 다했다. 아디다스 러닝화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넓은 내  발볼에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으면서 아디다스를 신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 러닝화는 뉴발란스 870이었다. 나는 뉴발란스를 정말 좋아한다. 빨간 574를 고등학교 3년 내내 신다가 밑창이 다 닳고  옆이 뜯어지고 나서야 보내준 경험으로 인해 뉴발란스 신발은 좋다는 믿음이 생겼다. 10대 후반의 내가 찍은 사진 속에 신발은 죄다 그 녀석이었다.


뉴발란스 신발은 다 괜찮다는 생각에서 구입한 제품이 870이었다. 뉴발란스는 나처럼 발볼이 넓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제법 있던  신발이었다. 2E, 4E, 이런 식으로 발볼에도 사이즈가 있었다. 발볼이 넓은 데다 평발이라면 발이 자연스레 안으로 쏠리는 과내전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둔 신발을 안정화라고 말한다. 870은 안정화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에 신었던 클라이마쿨보다 딱딱했지만 발을 잘 잡아준다는 느낌이 있었다.


200km 이상 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 신고야 알게 된 단점이 있었는데 신발 겉면의 내구도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160km 넘을  쯤부터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신발 옆이 뜯어졌다. 그 이후로는 일상용으로만 사용하였다. 좋은 신발이었지만 내구도가 아쉬웠다.
  



그 이후 몇 켤레의 러닝화를 더 신었다. 생일 선물이었던 젤 카야노 23. 젤 카야노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급하게 세일 상품으로  구입한 미즈노 웨이브 라이더 23. 두 러닝화 모두 익히 유명한 제품이고 각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지만 사이즈 선택을 잘못하여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젤 카야노는 내 발에 비해 작게 구입하여 발가락에 잦은 물집을 유발하였다. 미즈노 웨이브 라이더는 발볼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여 신을 때마다 왠지 모를 불편함을 겪었다.


현재는  젤 카야노 26과 노바블라스트를 사용 중이다. 젤 카야노 26을 제일 많이 신고 노바블라스트는 보조 러닝화로 활용한다. 반발력을  강화한 노바블라스트에 비해 젤 카야노는 최신 유행과 거리가 있다. 반발력도 약하고 무겁기까지 하다. 세일 상품이 아니고서야  가격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젤 카야노 특유의 안정적인 느낌 때문에 계속 신고 있다. 20년 가까이 오래 사랑받는  모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은 젤 카야노가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신발이 뒤로 구부려지지 않을 만큼  빳빳한데 그래서 발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일을 잘 막아준다. 나처럼 과내전이 있는 사람에게 이만한 러닝화는 없다.  


지금 신는, 젤 카야노와 노바블라스트의 수명을 거덜내려면 아직도 200km는 남았다. 다음 러닝화는 두 신발이 수명을 다한 뒤에야  알아 볼 생각이다. 지갑 사정도 넉넉지 않다. 기능이나 디자인에 끌려서 이 신발 저 신발 사다 보면 내 발은 두 개인데 신발은  수십 켤레가 된다. 이를 달리기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지네’라고 부른다. 다행히도 지금 나에게는 사고 싶은 러닝화가 없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지네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굳이 다음 러닝화로 눈여겨보고 있는 신발이 있는지 묻는다면 아식스의 매직스피드나 뉴발란스의 880 정도이다. 두 브랜드가 넓은 발볼을  신경써주는 대표적인 곳인 점이 이유이다. 나이키를 안 신는 이유는 위에도 언급했듯이 내 발볼과 안 맞아서고 아디다스는 요즘  재밌는 신발이 나오지 않는다. 호카오네오네, 브룩스, 써코니 등 다른 브랜드도 여럿 있지만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선택지로 고려해 볼 법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는 브랜드라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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