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일단 축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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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바이러스

우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환경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안 되는 혼돈이 가득한 세계라면, 보험을 마련해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오락실 게임을 하는 중 예상 못 한 장애물이나 변수에 휘청일 수 있습니다. 설령 삐끗하더라도 코인(돈)이 있으면 다시금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연장이 (어쩌면 불멸이) 가능해질 것 같은 느낌. 내가 돈을 다 못 써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 만 가지 일을 대비하는 단 하나의 해답처럼 보이는 만능 보험이 돈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정교하게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종입니다. 박문호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미래에 중독된 종이며, 그 증상은 불안이라고. 우리는 알 수 없는 이 앞날을 대체 몇 살까지 살게 될지 모릅니다. 세계는 점점 불확실한 곳이 되어갑니다. 믿을 구석이라고는 돈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덧 청춘은 푸르른 계절이 아니라, 하루빨리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겨울을 준비해야하는 스산한 계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친구 말대로 겨울을 준비하다가 여름 지나기 전에 다 상해버릴지도 모릅니다.


(특히 건강과 수명, 저속 노화가 자본주의의 프리미엄 상품이 되어버린 오늘 우리는 대체 얼마나 많이, 어디까지 축적해야 할지 전혀 모르게 되었습니다.)


‘형태 없는 미래라는 불가지한 108가지 괴물과 맞서기 위해 당신의 존재를 변형시켜 잉여를 벌어두어라.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게 되었을 때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게 내버려둘 것인가? 예지 능력이 없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축적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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