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꿀잠 자고 있구나... 좋은 기분. 그런데 내가 이렇게 꿀잠 자고 있는 게 왠지 잘못된 것 같아서, 뭔가 잊고 있던 게 있나 싶어 잠깐 눈을 떠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39분. 불침번에 1시 투입이므로 슬슬 준비할 시간이었다. 마침 나를 깨우려고 온 동기와 눈을 마주쳤고, 동기는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12시 50분에 투입한 나는 근무 중에 늘 그랬듯, 또 시시껄렁한, 영양가 없는 것들을 끄적였다.
오늘 농구할 때 느꼈던 몰입과, 요즘 육포값으로 지출이 늘었던 것, 한 대대에서조차 보직별로 울퉁불퉁하게 불공평한 근무와 일과에 대한 푸념, 토요일 24시간 근무 건에 대해 위로 휴가를 건의했으나 묵살당한 것, 그리고 아프리카BJ 백크와 여우비의 재밌는 러브코미디. 근무가 끝나도 4시간 반 잘 수 있고, 이는 곧 렘 수면과 비렘 수면의 한 사이클인 1시간 반을 3번이나 누릴 수 있다는 점. 만약 병력 부족에 의해 앞으로 여성들도 징집되는 날이 온다면 몇 년도 출생 여아들부터 의무의 대상이 될 것이고, 이로 얼마나 투닥일 지. 사람은 행복으로 도핑해서 살아간다는 만화에서 나온 독백, 사람은 수많은 나로 태어나서 하나의 나로 죽는다는 명대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