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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Dec 30. 2022

이불속 사투 - 불면의 기록


이불속 사투 - 불면의 기록



오늘의 세상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이제 복잡했던 세상을 등지고

깔끔하고 편하게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 않았다.


세상의 미련은 나의 발끝을 끈질기게 잡고 늘어져 

천국에 오르려는 나를 자꾸 끌어내린다.

미련은 해답을 갈구하며 내일을 거부하였고

나는 오늘을 억지로 마무리하며 내일을 맞길 원했던 것이다.

내일 할 일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내일의 희망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오늘을 빨리 지워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몇 시쯤일까 고요가 찾아왔을 때, 이제야 겨우 죽은 줄 알았다.

그것은 나의 뇌의 환각이었다.

죽음 사람이 그토록 풀지 못한 해답을 찾아 헤메고 있다니

죽었는데도 아직 번뇌에 빠져있다는 것인가. 

결국 이것이 거짓 죽음이라는 것을 자각하고서는

죽은 척했던 나의 끈질긴 미련에 몸서리가 쳤다.     


평생 매일 밤마다 죽으면서 오늘을 잊어왔고

평생 내일을 위해 오늘을 죽여왔다.

그래서 나의 오늘이란 기억은 이렇게 단출했던 것인가.     

결국 힘겨운 자살시도에 지쳐 죽음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집착에 대해 생각을 돌렸을 때 

정신은 이미 완전히 맑아져 있었다.     


어릴 적 엄마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매일 일찍 자라고 했었나.

그래서 오늘을 깔끔히 환기시키려고 동화책 까지 읽어 준 것일까.

심지어 오늘을 잊으라고 수천 마리 양을 세는 자기 최면법을 알려준 것일까.     


시간이 한참 흐른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죽지 못하고 있다.

죽기가 이렇게 죽기보다 힘든 것인가     

매일 밤 나의 죽기 위한 이불속 처절한 사투는 끝을 찾지 못했다.

세상은 이미 밝아졌다.

그냥 때가 되면 죽으리라.



https://youtu.be/__xlrTPhv9Q


https://apps.apple.com/us/app/soothing-sleep-sounds/id880195209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zodinplex.lullaby3.sleep.sounds.baby.kids.soothing&pl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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