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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Dec 02. 2021

세종시를 향한 기대, 박수빈

<잘 될 인터뷰 시즌3> 라이징 활동러들의 이야기

미국의 사회학자 그래노베터가 제시한 ‘약한 유대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이라는 명제가 있다. 도서 <기브앤테이크> 내용을 빌려 설명해보자면 ‘강한 유대관계는 같은 사회 안에서 맺어지는 경향이 있어 결속감을 주고, 약한 유대관계는 그 범위가 넓어 새로운 정보에 접할 기회를 주거나 어떤 실마리를 발견하게 해 준다.’라는 논제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역 활동을 통해 이 약한 유대, 느슨한 관계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세종살이 5년 차 박수빈이라고 합니다.



세종시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저는 아버지가 세종시로 직장을 옮기심과 동시에 동생이 세종시 소재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에 참여 중인 수빈님


세종시에 처음 왔을 때 들었던 생각과 지금 세종시에 관한 생각이 궁금해요.


제가 겨울에 와서 도시가 삭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교통도 불편하고 아주 답답했죠. 사실 세종시로 이사 오는 데 있어 저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거의 강제 이주당하다시피 왔거든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이 지역에 대한 좋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전에 비해 지역에서 생동감이 느껴져요. 제가 지역 활동도 하고 청년희망팩토리와 연을 맺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청년들의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요. 그래서 지역에 더욱 생기가 도는 것 같아요.



참여했던 지역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난해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살아;진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사라진다’라는 의미와 ‘살아가고 있다’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아서 쇠퇴와 부흥이 공존하는 조치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어요. 지역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도 있거든요. 그런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 해 하반기에는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8기로 활동했어요. 세청넷 8기는 살롱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 청년들이 취미를 공유하는 활동이었어요. 저는 당시 음악과 대화를 접목시켜 <라디오 살롱>을 진행했는데 수료식 때 가장 재미있었던 살롱 1위로 뽑히는 영광을 얻었어요. 그 순간 이 맛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런 장을 만드는구나 싶으면서 뿌듯했어요.


세청넷 8기 활동 사진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었어요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라니 뜻깊은 활동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세종시에 올 때 아무런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에 아는 사람이 가족뿐이었어요. 그런데 문화기획학교 활동하면서 지역의 또래 청년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 청년들이 거점을 둘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나 제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펼쳐본 게 가장 뜻깊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세상에 전하면서 더 큰 무대에서 제 의견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위해서는 더 넓은 곳에서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 싶더라고요. 그간 지역을 홍보하는 일 하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면 이 활동으로 인해 내 의견을 책임감있게 주장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혼자 해낸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에 참여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제가 문화기획학교 활동할 당시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카메라를 여러 대 다뤄야 했어요. 그런데 당시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던 거예요. 게다가 팀원들과 촬영 일정도 못 맞춰서 혼자 카메라 두 대인가 세 대를 짊어지고 촬영하러 돌아다녔어요. 그때는 팀원들이 상황이 안 되면 그냥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했어요. 그런데 ‘팀 워킹’이라는 것 자체가 팀원들과 같이 만들어 가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야 하잖아요. 혼자 만들고 혼자 보람 느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혼자 해냈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로 정말 압축 성장했어요.


다큐멘터리 <살아;진다>의 초안인 '이름에게' 전시 기획서를 발표하는 수빈님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느슨한 유대감의 힘'을 느꼈어요



이후 하반기에는 세종청년네트워크 8기에도 참여했다고 하셨어요. 세청넷에 참여하며 느낀 점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세청넷에서 ‘느슨한 유대감의 힘’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사람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건 강한 유대감을 가진 관계가 아니라 느슨한 유대감 가진 관계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와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많아야 제가 행복할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요. 사실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가끔 만나는 관계들, 세청넷 페어들처럼 일주일에 딱 두 시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더라고요.


살롱은 한 사람이 하나의 주제로 오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매주 다른 사람이 호스트가 돼서 각자 다른 주제로 프로그램을 열거든요. 그러다 보니 살롱에서는 호스트의 생각과 가치관을 한 번에 집약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세청넷을 할 때면 매번 새로운 장소에 현장 체험학습 가는 느낌이었어요. 소풍이 아니라 현장 체험학습이요. 소풍은 정말 하하 호호 놀기만 하면 되는데 현장 체험학습은 뭔가 배워야 하잖아요. 그것처럼 살롱을 하는 시간에는 사람들과 두 시간 동안 깊게 교류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배운 것들을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에도 적용하고 있어요


수빈님에게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다준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현재 본가는 세종시이지만 대학 생활을 하는 곳은 아산시 신창면인데요. 신창면이 조치원읍과 거의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면 단위이고 청년들밖에 없는 동네인데 그 지역에서는 이런 청년단체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그쪽과 다르게 조치원은 청년단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보니 ‘왜 여기는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지역 단체가 꾸려지고 오랫동안 유지가 되려면 그 단체의 구성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청년단체의 운영진과 구성원들이 궁금했어요. 왜 청년단체를 만들었고 어떻게 유지해오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공과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그게 너무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알아보고 이 청년단체의 조직 문화를 배워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다큐멘터리 <살아;진다> 포스터 촬영 날


실제로 지역 활동하며 배운 것들이 있나요?


모든 것이 사람으로 승부가 난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같이 하는 사람들, 그 구성원이 괜찮아야 조직이 오래갈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 구성원들이 괜찮은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와 운영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또, 청년들이 활동하려면 공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활동을 진행해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활동하면서 조직 문화를 많이 배워서 그걸 지금 제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에 적용하고 있어요. 작년 하반기에 청년희망팩토리와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 공동체는 제가 여태까지 속해있던 공동체와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수평 문화가 가장 다른 특징이었는데 활동하면서 제 성향에는 수평적 소통과 기획이 적합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그룹을 이끌어 나갈 때 이 수평 문화를 적용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세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종시는 수치상으로 젊은 도시가 맞아요. 그러나 제가 살면서 이 지역이 젊은 도시라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 이유는 아직 인프라가 완벽하게 조성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병합되어 있을 거예요. 그러나 어쨌든 이 지역을 젊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조금 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에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수빈님


나에게 세종시란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아이러니한 곳 ]이다.

제가 세종시에 올 때 정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세종시에 기대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보면 그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망하게 되잖아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한마디로 역설적인 일들을 많이 겪은 곳인 것 같아서 이렇게 표현해봤어요. 언젠가 기대 그 이상의 세종시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에디터 후기]


수빈님은 처음 지역 활동을 시작할 때 세종시의 청년 공동체 문화를 벤치마킹해 자신의 대학이 있는 지역에도 적용해보자는 목적성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러나 활동 과정에서는 목적 달성을 뛰어넘어 개인의 성장까지 경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한다. 현재 수빈님은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 세종시에서 경험한 것들이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수빈님과는 그간 인터뷰해왔던 지역 활동가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대화를 나눈 듯하다. 지역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을 이야기할 때 공동체 구성원과 조직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필자는 사회에 처음 나와 만난 이들이 세종시 청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었기에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들과 같은 줄 알았다. 그러나 수빈님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 구성원들이 남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이 청년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꾸준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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