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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Sep 30. 2022

<둥지 공간 안내 가이드북>

네스트빌딩

 2018년 여름, 조치원에서 대학을 나온 우리는 이곳을 '둥지'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둥지라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조치원(鳥致院)이라는 이름에 '새들이 빽빽하게 모여든다'는 뜻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말이죠. 학교의 선배들은 조치원을 마음의 고향이라고 불렀습니다. 근데 고향이라는 단어는 정말 무거운 표현이었어요. 얼마나 살아야 고향이라 부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향이란 말은 쓰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의 따뜻함과 안락함을 간직한 이름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철새처럼 떠나는 것이 지방 대학생들의 운명이라지만 적어도 4년이라는 시간은 보내야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곳은 우리들에게 <둥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 세종 청년의 움직임

- 지금 사는 이곳이 고향이 아니라서 당연해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언젠가 떠날 곳이라고 여겨서 지금 당장 생활하고 있는 환경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떠날 거라는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살아가는 순간을 인식하고 이를 개개인의 목표와 연결했습니다.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문제를 파악해보자, 문제를 인식했다면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고민해보자. 고민했다면 이를 어떻게 더 넓게 퍼트릴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활동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이곳은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는 걸요.


- <청년희망팩토리> (이하 청팩)는 살아가는 터전으로 지역을 인식하고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주어지는 상황에 낙담하거나 만족하기보다는 할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조치원을 둥지로 만들어가기 위한 발걸음은 영리/비영리 활동 등 영역을 가리지 않았고, 분야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우연으로 접점이 만들어져 인연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으니까요. 그런 지점에서 오해도 많았습니다. '왜 청년을 다 데려가느냐', '너희끼리 다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으니까요. 스무 살 넘은 성인을 어떻게 마음대로 데려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런 오해들은 해명한다 한들 만족스러운 답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미 무언가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 생각을 바꿀 때까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둥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2. 네스트빌딩 공간

한 눈에 보는 네스트빌딩


- Nest Building은 '둥지 치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청팩 건물의 이름이 '네스트빌딩'이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둥지라는 시작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청년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스트빌딩의 층별 공간 구성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1층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 카페. 2층은 개인 단위에서 활동과 협업의 공간이 될 코워킹 스페이스. 3층은 직접적인 프로젝트 연계 등 업무 협업을 할 수 있는 코워킹 오피스. 4층은 공동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홀, 옥상은 소공연장입니다. 층별로 주요 사용자들의 동선을 고려해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사용자의 입장에서 활용하기 편한 순서로 층별 기능을 배치했는데, 이 구조가 청팩이 지역에 적응하게 된 과정과 맞닿는다는 점이었어요.



<1층 : 인포메이션 카페 - 인터넷 너머의 세계>

- 처음 지역에서 일을 할 때만 해도 이곳에서 정보를 얻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역 내에 어떤 공간이 있는지 어떤 역사와 지역자원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 사례나 경험담을 듣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지역 내에서 선례를 찾기 어려워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행보를 찾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부터는 청팩의 자체 기록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후기도 받고 있는데요. 경험담이 쌓이면서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렇듯이 인포메이션 카페는 지역이나 청년 활동이 낯선 이들에게 1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24년 4월 착공 예정).



<2층 : 코워킹 스페이스 - 너 내 동료가 되어라>

같이 할 사람이....없다...

- 청년이 이곳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뭘 하고 싶어도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외활동도 그룹을 지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모집이 어렵고요. 대외활동 외의 모임 활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곳에 있는 청년 중 고향이 세종시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가족과 함께 이사와서 정착하거나 대학을 이유로 머물게 된 청년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크고 작은 교류의 장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내막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인원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정보를 교환하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겠죠. 접점과 네트워킹의 공간, 2층 코워킹 스페이스는 활동가들이 지역 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3층 : 코워킹 오피스 - 너 나하고 일하나 같이 하자>

-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서 나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되고 나면 이걸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졸업이 임박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시점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거든요. 지역에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 방법은 달라질 수 있겠죠. 지역에서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좋은 방법은 창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지역의 사업가들은 필연적으로 협업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지역에서는 인적 자원에서 만들어지는 기회, 네트워크가 모든 일의 실마리가 됩니다. 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특히나 중요한 공간이 되겠죠. 3층 코워킹 오피스는 실질적인 업무 협업을 할 수 있는 입주자들을 위한 장소입니다.



<4층 : 커뮤니티 홀 - 멀리 갈 거면 함께 가자>

- 조금 더 단단하게 내 삶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무래도 공동체 활동입니다. 내 삶을 확장하는데 왜 공동체 활동이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요. 우린 모두 의미없는 일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 활동은 대의를 지향합니다. 우리만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기꺼이 나의 시간을 타인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마음은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 퍽 야박해진 시대에 우린 사람을 남깁니다. 이곳에 함께 발자취를 남깁니다. 개별 공동체 활동이 이렇다면 하물며 공동체 간의 네트워킹은 어떻겠습니까.


- 삶을 계획하고자 한다면 그래서 이 동네를 정말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동체 활동은 필수적이었습니다. 4층 커뮤니티홀은 공동체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입니다. 단지 내부 활동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보다는 지역에 어떤 영향을 만들어낼 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옥상 : 아고라 -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

- 공동체 간의 네트워킹까지는 청팩이 해왔던 일의 범주에 속하는 영역입니다. 옥상에 만들 공간은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우리가 해보지 않았던 일을 구상했습니다. 그랬을 때 공간을 활용하는 목적은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그 물리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각자 삶의 요구치를 충족하기 위해 본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뒷전으로 놔둘 수밖에 없기도 하니까요. 옥상은 경청과 동시에 발현의 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3. 이소(), 철새들이 둥지를 벗어날 때까지

- 청팩이 청년의 생태를 고민하고 겪으면서 느꼈던 바는 이렇게 건물 구성에 반영했습니다. 이전 시간들의 청팩은 지역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한 발자국 너머의 일까지 생각하면서 활동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무엇이든 겪어내기 바빴습니다. 해왔던 일들 간에 유기적인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개별적인 사건처럼 보이는 일들이 이런 식으로 연결되었구나 하고 되짚어볼 수 있는 것이죠.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그리면서 활동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청년들의 베이스캠프'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곰팡이가 낀 벽을 청소하는 중입니다

- 청팩은 많은 공간을 떠돌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체로 모일 수 있는 사무실도 없었고 그게 필요한지도 의문이었는데요. 일을 하면서 더더욱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공간이 있으면 모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모임을 지속하게 됩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조치원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어떤 공간들이 생겨났는지 살펴보면 그 변화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에는 창업 지원 관련 공간들도 늘어났고 문화 공간도 생겨났습니다. 공간이 마련되면 활용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마련하는 건물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운영하는 주체가 주기별로 바뀌거나 정해진 분야로만 활동을 해야하는 등의 제약이 있습니다. 지역의 여타 공간과 함께 민간 공간도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 해야 하는 일에 도전하면서 견뎌온 결과로 만들어진 삶의 형태는 이런 모습입니다. 정보를 찾고, 기록해서 서로를 인식했습니다. 크고 작은 조직을 만들고 연대했습니다. 앞으로의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나름 이런 과정으로 변화해온 모델이 이 지역 바깥으로도 퍼져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세종시에 오신다면 들러주세요. 저희도 가겠습니다.


글 : 나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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