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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17. 2022

담대하게 나아갈 청년들을 위하여, 김혜선

<잘 될 인터뷰 시즌5> 세종시 청년 스타터들의 이야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스무 살이 되고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필자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생각들이다. 딱히 구체적인 목표나 꿈을 가지고 성인이 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의 삶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이 고민을 조금 더 빨리 했다면, 고민을 마치고 성인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성인이 되기 전 오늘 인터뷰이의 멘토링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필자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 던져져도 헤매지 않을 방법을 알려 주고 싶었다는 김혜선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종시 토박이자 지역 사회 청년 멘토단 ‘담대’의 대표 김혜선입니다. 저는 세종시에서 나고 자라며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이 지역에서 다녔어요.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세종시가 출범했죠.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변화하는 세종시의 모습을 지켜보신 만큼 지역을 보았을 때 느끼는 바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세종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몇 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갖춘 게 신기해요. 예전에는 동네에 놀 거리가 거의 없어서 제대로 논다고 하면 대전까지 가고는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만 걸어가도 웬만한 편의시설이 다 있고, 놀 거리가 가득하더라고요. 이전에는 밤에 반짝거리는 게 반딧불이었는데 요즘은 건물 간판의 불빛인 것도 신기해요. 가끔 예전의 동네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혜선님이 소담고등학교의 1기 졸업생이시라고 알고 있어요.


맞아요. 소담고등학교는 2017년에 처음 신입생이 입학했어요. 신설 학교이다 보니 기존의 학교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가기도 했는데요. 저희 소담고등학교는 ‘세종시 첫 혁신고등학교’라는 특징이 있어요. 혁신고등학교는 학교의 정형화된 규율을 철폐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운영을 추구하는 학교를 말해요. 당시를 떠올려 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고등학생들과는 다르게 생활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저희 학교 학생회는 삼권분립 체제였어요. 학생회장단(행정부), 대의원회(입법부), 자치법정(사법부)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교내의 법을 학생들이 만들어나간다는 의미에서 이와 같은 체제를 운영했어요. 이처럼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학교 체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졸업 이후에는 <혁신고, 가도 될까?>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소담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 학부모가 모여 소담고등학교 에세이팀을 구성해 만들었죠. 2017년 개교 이후 새로운 고등학교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어요. 한편으로는 혁신고 입학을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요. 책을 집필하는 동안 1, 2기 졸업생 친구들을 자주 만났는데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 소담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링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소담고 졸업생 멘토단’을 꾸리게 됐죠.


모교에서 학교 생활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삶을 개척하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혁신고등학교 재학생이라니 학창 시절이 매우 다채로웠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멘토단 결성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입시 도움이 목적이었어요. 고등학생들에게 입시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보니 후배들의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멘토링을 준비하던 중 입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사회에서 나를 지켜나가는 법 등이요. 학교라는 안전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요. 멘토단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후 멘토링 방향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초기에는 입시 멘토링이 80% 이상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삶에 대한 멘토링의 비중이 훨씬 커졌죠.



출신 고등학교에 관한 책도 집필하고 후배들을 대상으로 멘토링도 기획하셨다니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생활이 정말 힘들게 느껴졌어요. 자유롭지만 그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도 많았고, 학교에서 만들어주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 아주 좋은 양분이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삼권분립 체제 기반의 학생회 운영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교라는 작은 국가를 운영해보는 경험을 제공해주었죠. 당시의 경험은 실제 사회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요.



지금은 ‘담대’라는 공동체로 활동한다고 하셨어요. ‘소담고 졸업생 멘토단’에서 ‘담대’로 변화한 건가요?


맞아요. ‘담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계기에는 청년희망팩토리 언급이 빠질 수 없는데요. 소담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해오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멘토단이 각자 가진 것들을 나눠주는 활동인 만큼 멘토단에게도 어떤 보상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찾기 시작했고, 때마침 청년희망팩토리의 <업글단> 프로젝트를 발견했어요. <업글단> 프로젝트는 세종시 청년공동체 발굴을 목적으로 하고, 주제 불문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청년 모임이나 단체가 청년 공동체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해요. 공동체의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과 네트워크 확장도 지원하고요.


담대 로고


‘담대하다’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단체가 되실 것 같아요. 현재 ‘담대’는 어떤 활동을 해오고 있나요?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인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어요. 입시 멘토링, 자기 분석, 셀프 브랜딩, 진로 구체화를 4차시에 걸쳐 진행해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죠. 진로를 구체화할 때는 직업으로 단정 짓는 게 아니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인지 계획해보고요. 예를 들면, ‘나는 변호사가 될 거야.’가 아니라 ‘나는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돕고 인간의 기본 인권 보장을 위해 앞장서는 변호사가 될 거야.’와 같이 동사형 꿈을 설정하는 거예요. 멘토링의 모든 과정에는 멘티들이 성인이 되기 전 자신을 보다 깊이 탐구하고 각자의 꿈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초기에는 소담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세종시 전 지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요.


지난 10월에는 <업글단>의 프로젝트 지원비로 <우리들의 담담담>이라는 담대만의 프로젝트를 기획 및 진행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담대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지역 청소년, 청년들이 편안하고 담백한 분위기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는 프로젝트예요. 이번 1회 차에서는 프로젝트 주제를 자존감으로 설정하고, (1) 자존감 관련 영상 시청 및 발췌독 진행 (2) 담소 나누기 (3) 캘라그라피 카드 쓰기 시간을 마련했어요. 담대의 주요 활동은 멘토링이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를 자주 진행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가끔씩이라도 꾸준히 프로젝트를 열고 싶어요. 더 많은 청년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선물해주고 싶거든요. 담대도 더 많은 청년들을 만나며 성장하기를 바라고요.


‘소담고 졸업생 멘토단’ 시절


멘토링 대상을 소담고등학교 재학생에서 세종시 전 지역 고등학생으로 확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업글단> 참여 과정에서 대상이 확대되었어요. <업글단> 참여 단체는 각 단체의 멘토에게 매월 1회, 총 5회의 멘토링을 받아요. 늘 멘토였던 저희도 멘티가 되어 단체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초기에 청년희망팩토리 강기훈 이사장님과 김나희 PM님께 특별 멘토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이사장님이 참여 대상 확대를 제안하셨어요. 담대 멘토링의 목적과 구조를 보았을 때 매우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더 많은 예비 청년들에게 멘토링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또, 담대 회원 자격의 폭을 넓히는 것도 제안하셨어요. 당시 담대 회원(멘토단)은 소담고 졸업생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거든요. 더 많은 지역 청년들을 회원으로 맞이했을 때, 공동체가 훨씬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은 결국 활동 범위가 커지는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정적인 조건들이 단체의 성장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해보는 거 최선을 다해 해보자는 마음으로 회원 자격과 멘토링 대상을 확대하게 되었어요. 담대를 키워나가는 것도,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테니까요.



멘토링을 통해 멘티와
멘토가 함께 성장하는 거예요.



담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멘토링이 종료되고 나면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데요. 그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껏 받았던 설문지 결과를 종합해보면 평균 평점이 5점 만점에 4점 후반대가 나오거든요. 그런 걸 보면 저희의 멘토링이 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죠.


또, 멘토링을 하다 보면 멘티 친구들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멘토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법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과 진로 구체화 멘토링을 진행했는데요. 그날은 왜 법 분야를 전공하고 싶은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멘토링을 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도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있는데, 그럼 나는 왜 법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거지?’ 막상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멘토링을 하다 보면 멘티가 배우고 고민하는 것들이 결국 멘토에게도 필요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이 활동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업글단 멘토링에 참여 중인 모습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성장한다니 매우 값진 시간일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담대 활동 중 어려움을 겪으신 적은 없는 지도 궁금해요.


담대 구성원들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본업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각자의 생활과 활동을 병행하는 데 있어 약간의 벅참이 있었죠. 게다가 <업글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부담감이 조금 더 가중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얼마 전까지 하나 둘 운영진 자리를 내려놓는 친구들이 생겼고, 지금은 저를 포함해 2명의 운영진만 남아있어요. 그 당시에는 마음이 참 무거웠던 것 같아요. 제가 운영진들을 너무 힘들게 했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추진력을 얻었어요. 운영진이 줄어듦에 따라 의사 결정 시간이 단축되다 보니 오히려 일의 진행 속도가 빨라졌거든요. 또, 그 친구들의 몫을 해내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게 돼요. 운영진은 아니지만 여전히 담대를 기억하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멘토링 대상을 확대한 만큼, 활동 범위를 넓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예비 청년들을 만나 멘토링을 해보고 싶어요. 또, 멘토링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담담담>과 같은 프로젝트들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담대하게 나아갈 청년들을 응원하는 활동도 전개해나가고 싶고요. 멘티는 물론 멘토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담대가 되기를 바라요.


<우리들의 담담담 – 청년 편> 진행 모습


나에게 세종시란 [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비상한 곳 ] 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비상하다’인데요. 이 단어가 예사롭지 않고 뛰어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잖아요. 세종시 자체가 평범하지 않고 혁신적인 도시라는 점에서 비상한 곳인 것 같아 붙여봤어요. 그리고 세종시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면서 언젠가 높이 비상할 저를 꿈꾸는 마음도 담아 보았어요.






청소년이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스스로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빼곡한 시간표와 쌓여있는 교과서, 가방에 가득한 문제집들은 그 힘을 키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담대의 멘토링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듯하다. 공동체로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 담대는 세상의 모든 청년들에게 담대하게 나아갈 힘을 실어주는 단체가 될 것만 같다. 훗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필자의 마지막 질문에,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답한 혜선님. 그가 나눔으로 하여금 두배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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