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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Feb 14. 2022

커피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다

손님이 원두를 들고 카페를 찾아가는 이유


옛말에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어려운 상황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누어야 힘이 된다 의미로 쓰이긴 하지만, 커피에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커피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다"


사실 바리스타로 일 할 때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만두고 나서야 위와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서 일할 땐 '커피'라는 목적 단 하나를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쉬는 날에 좋은 카페를 다녀오거나 좋은 커피를 마시고 오면 일을 하면서 서로 자랑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왜 맛있고 특이한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순수한 흥미와 관심에서 나온 대화들로 가득 차곤 했지요. 


그런데 바리스타를 그만둔 뒤로는 위와 같은 대화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좋은 카페를 가거나 운 좋게 비싸고 좋은 커피 원두를 구해와도 그것을 함께 즐길 사람이 없다면 그저 그런 커피처럼 느껴집니다. 혼자서 '맛있다~'하고 즐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요. 매번 혼자 커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그저 그런 것만 같고 매번 같은 향과 맛만 느껴지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맛있는 커피는 있지만,
언제나 맛있는 커피는 없다.

누구에게나 맛있는 커피는 있겠지만, 언제나 맛있는 커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두를 잘 추출하더라도 그 커피를 매번 혼자서만 마시면 늘 같은 맛과 향밖에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좋은 커피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마셔보면 같은 커피라도 서로가 다르게 느끼는 향과 맛에 대해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이건 이래서 맛있어', '이건 이런 느낌도 있네?' 하는 것들을 들어보고, 내가 느끼지 못했던 부분도 느껴보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됩니다.  




카페에서 일할 때면 그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단골 카페를 갈 때를 제외하고는 늘 혼자서만 즐겨야 합니다. 같은 커피를 같은 방식으로 내려 마시니, 늘 같은 느낌만 느껴지지요. 그래서 가끔씩 좋은 커피가 있을 때면 원두를 들고 카페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민폐인가'하며 사장님이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지만, 혼자서 꽁꽁 숨겨놓고 먹기는 더 싫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가게 됩니다. 


"커피콩 한쪽도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다"


(c)만얼 | 실제 커피는 이렇게 자라지 않습니다...


이젠 여러분도 이 말에 동의하실 수 있을까요? 여러분에겐 커피 말고 어떤 것이 있나요? 꽁꽁 숨겨놓았을 때보다, 밖에 꺼내놓았을 때야만 더 빛이 나는 것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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