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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Dec 10. 2022

아내가꼰대다

못난 바리스타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꽤 오랜 시간 글 쓰는 것을 쉬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조금은 쉬고 싶었던 것 같아요. 2년 넘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매주 글을 한 편씩, 그리고 그림도 하나씩 그려서 업로드하려고 꽤나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커피따라 세계일주 - 유럽편]이라는 책까지 낼 수 있었죠. 그러나 책을 출간하고 나니 뭔가 커다란 목표 하나를 달성한 느낌이 들었고 왠지 쉬고 싶었습니다. 


마냥 샘솟던 글쓰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즐기자!'는 생각으로 카페를 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곤 했습니다. 그러나 단골 카페를 벗어나서 다양한 카페를 쏘다니다 보니 자꾸만 눈에 거슬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과거에 카페에서 일할 때도 제 별명 중 하나가 '꼰대'였습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나 바에서 바리스타의 행동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꽤나 엄격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손님으로 다른 카페에 갔을 때도 늘 바리스타로서, 손님으로서의 매너와 같은 부분에 눈길이 가고 많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셔도 좋겠네요. 만약 제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꼰대라면, 따끔하게 혼내주셔도 좋습니다. 






1. 시끄러운 바리스타

가끔 커피 추출부터 시작해서 행동 하나하나가 시끄러운 바리스타들이 있습니다. 그라인더에서 커피를 받을 때부터 포터필터를 요란하게 흔들어대며 이리저리 부딪히고, 바닥에 퉁퉁 쳐대기도 하고요. 그리고 커피 머신에 포터필터를 끼울 때도 쿠당탕 소리가 나곤 합니다. 


사실은 그런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에서는 '소리'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서 그런 '테크닉(?)'을 배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를 받으면서 포터필터를 이리저리 흔들고 툭툭 쳐대면 커피 추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미분'이라는 아주 작은 커피 입자들이 아래로 아래로 움직이며, 결국엔 추출을 느려지게 만들면서 잡맛, 쓴맛이 많이 나오거든요. 과연 그들만의 논리가 있는 '테크닉'이라면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2. 머리도 안 감고 세수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후줄근한, 단정하지 못한 바리스타

바리스타도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단정치 못한 용모와 옷을 입고 손도 자주 씻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다면.. 음.. 네.. 그런 바리스타가 바를 지키고 있는 카페는 경험상 대부분 청소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친한 지인과 함께 동네 카페를 갔습니다. 가자마자 입구에서 반겨주는 것은 환기가 전혀 되지 않은 퀴퀴한 냄새와 서너 개의 오토바이 헬멧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입구 바로 옆에 앉아있던 분은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며 앉아계시더군요. 조용한 인사와 함께 주문대로 가서 함께 섰습니다. 


어찌어찌 주문을 하고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것도 잠시, 안쪽의 어떤 공간에서 또 다른 까치집을 머리에 올린 바리스타 한 명이 나왔습니다. 이 카페의 주인이었던 그 바리스타는 구겨진 반팔에 긴 바지, 그리고 쪼리를 신고 나와서 배를 긁으며 주문을 확인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주문을 취소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소중한 점심시간을 날리고 싶진 않았고 기다렸다가 커피와 케이크를 받아왔습니다. 결국, 각자가 커피 한 잔씩을 다 마시지 못하고 포장지에 잘 싸여 있던 케이크만 먹고 나왔습니다. 


'힙한 것'과 '청결하지 못한 것'은 분명 다릅니다. 본인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로 한껏 꾸민 청결한 바리스타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위와 같은 사람들이 꼭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것 같아요. 


3. 손님을 신경 쓰지 않는 우울한 바리스타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 창피한 건지, 굳이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간혹 어떤 바리스타들을 보면 손님이 들어오건 나가건, 아예 신경 쓰지 않거나 또는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분위기가 거의 장례식장 수준입니다. 


부산에서 매우 유명한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특이한 음료와 어떤 장소가 연상되는 특이한 매장 컨셉으로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도 그곳에서 영상을 찍곤 하더군요. 그 카페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면 세상 밝고 귀여운 말투로 많은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기대를 하고 카페에 갔는데, 모든 바리스타들이 출근 직전에 남자 친구 또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온 것 같은 우울한 느낌이었습니다. 매장 컨셉과 동일한 장소가 아닌, 마치 장례식장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괜히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기도 하지만 꼭 한 번쯤은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위와 같은 바리스타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왠지 손님들도 저런 행동 또는 매너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었거든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만한 문화가 아닙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당연하게 불편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될 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중엔 손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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