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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May 19. 2021

졸업식

코로나여도 인생은 계속된다

2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 코로나로 인해 연기했던 고등학교 졸업식 행사를 가졌다. 

졸업생 5명에 가족들과 교사들, 가까운 선후배들만 참여해 소규모로 진행된 행사라 

코로나 기간이지만 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참석자들의 열체크와 손 소독, 명단 작성. 

마스크 없이 마음대로 오가던 때가 어느새 낯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상황일수록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는 것은 오히려 고난의 긍정적인 면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대면 졸업식을 올해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맞이한 것을 보면 말이다. 




초등학교 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5명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무리했다. 

어느새 훌쩍 자라 나보다 키가 커진 아이들이 하나씩 단에 올라가 졸업 소감을 발표했다. 

그동안 배웠던 것, 느꼈던 것, 힘들었지만 이겨낸 시간들과 아련한 추억들, 감사한 사람들을 늘어놓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서로 다른 자질들을 각자의 그릇 안에서 아름답게 키우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 졸업이라는 문을 지나 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발을 내디뎌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좀 더 사랑해주고 관심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이 있었다. 다섯 명이 직접 한 줄씩 글씨를 써서 만든 머그컵이었다. 



졸업생 중 한 아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내게 편지를 건넸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국어 수업이 정말 그리워요. 다 같이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뒷이야기도 상상해보던 그 시절이 , 그 시간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저는 정말 선생님 국어수업을 좋아했거든요.(그리고 선생님의 목소리도요^^) 제가 지금까지 받은 수업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수업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선생님, 제 유년시절에 가장 즐겁고도 행복했던 수업시간을 선물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수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잊지 않고 편지를 써준 아이가 고맙고 기특했다. 

게다가 내 수업을 그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했다니, 가슴이 뭉클해왔다.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나는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새삼 내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겠지만, 무슨 일을 만나든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꿋꿋하게 걸으며 성장해갈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 삶의 여정에서 선생님들이 나누어준 시간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본다.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귀한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는 모두 스스로 정의한다. 

                                  -선물 / 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


쉽지는 않겠지만, 세상의 시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인생의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찾아가기를 바란다. 

이 아이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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