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으로 하는 행복한 국어 수업: <휘파람 친구> 4
"너의 나무를 기억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이슬이는 떠난다.
태호는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내 나무가 아니야! 우리의 나무야!"
내 나무가 아니야! 우리의 나무야!
동화집 <휘파람 친구>의 첫 번째 이야기 '휘파람 친구'를 다 읽었다.
잔잔한 여운을 느끼며 그 뒤 이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태호는 어떤 아이로 자랐을까 하는 이야기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었다.
"이슬이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
내 질문에 물론 아이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따뜻한 친구.
그런 친구를 얻는다면 정말 큰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바로 그런 친구가 되어주면 된다.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내 안에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할까?
이슬이 같은 친구가 되기 위해 내 안에 키우고 싶은 '가치'를 각자 말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떠올린 단어들을 칠판에 적어보았다.
배려. 사랑. 참을성. 용서. 정직. 성실. 미소. 이해심. 귀 기울여 들어주기. 친절. 나눔. 겸손. 부드러움. 온유. 믿음. 이타적. 예의.
아이들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단어들을 재잘재잘 내뱉었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잊고 마는 단어들이다.
잠깐만 시간을 내어 이런 단어들을 마음에 떠올려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해본다면,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더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이제 줄거리를 생각해보아야 할 시간이다.
책을 읽고 줄거리 요약을 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글을 읽고 요약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꼭 필요하다.
재미없는 일을 재미있게 하려면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낫다.
나는 열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줄거리를 열 문장으로 요약해보기로 했다. (올해는 한 반이 열 명이다.)
혼자서 줄거리 요약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골라 한 문장만 말하는 것이다.
부담이 없어서 아이들이 쉽게 느끼고 놀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줄거리 요약을 할 수 있다.
요약 문장은 꼭 열 문장이 아니라 얼마든지 문장의 개수를 바꾸어가며 길게도, 짧게도 연습할 수 있다.
진행은 이렇게 한다.
아이들은 각자 한 문장을 말할 수 있다.
미리 의논을 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따라가면서, 내 뒤의 아이들이 할 말을 적절하게 남겨 놓아야 한다.
혼자서 사건을 너무 건너뛰어버리면 아이들의 질타가 날아올 수도 있다.
아이들은 1번부터 10번까지 순서를 정한 다음, 고심하며 자신이 말할 문장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다듬어본다.
첫 번째 아이가 문장을 시작한다.
두 번째 아이가 그 문장에 이어서 두 번째 문장을 말한다.
세 번째 아이가 그 뒤를 이어서 또 한 문장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열 번째 아이가 마무리 문장을 말하면 줄거리가 완성된다.
처음 시도에 아이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첫 번째 문장부터 시작을 했다.
아이들은 문장이 꼬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들의 문장을 서로 다듬어주며 좀 더 나은 줄거리를 완성했다.
이제 감을 잡은 아이들이 또다시 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줄거리 요약을 하고 싶어 하다니!
말로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면 이제 글로 쓸 차례다.
나는 열 문장 줄거리 요약 활동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각자 활동지를 가지고, 친구들이 하는 문장을 받아 적어 열 문장으로 된 줄거리를 써야 한다.
이때 친구들이 말한 문장을 똑같이 받아쓸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문장을 수정하고 표현을 바꾸어도 된다. 하지만 기본 내용은 그대로 유지해야 다음 사람의 문장과 연결이 된다.
이렇게 해서 활동지를 받아보니 똑같은 문장을 받아 적었어도 각자 자기만의 표현으로 기록한 줄거리들이 완성되었다.
이제 이 줄거리를 가지고 줄거리 나무를 만들어 볼까?
줄거리 나무 만들기 준비물: 휴지심, 색종이, 가위, 풀
1. 먼저 나무의 기둥이 될 휴지심을 색종이로 감싼다. 일반 색종이로 해도 되지만, 한지 색종이를 이용하면 좀 더 접착도 잘 되고 예쁘다.
2. 그다음 휴지심의 윗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칼집을 내고, 끝부분을 밖으로 구부려준다.
3. 색종이로 나뭇잎을 자른다.
4. 아까 칠판에 적어보았던 가치들 중 내 안에 키우고 싶은 것을 골라서 나뭇잎에 적는다.
5. 나뭇잎을 나무 기둥에 자연스럽게 붙여준다.
6. 내가 맡은 줄거리 한 문장을 종이에 써서 잘라 나무 기둥에 붙인다. (혹은 나무 기둥에 직접 써도 된다.)
7. 마지막으로 새나 꽃, 나무 열매 등으로 나무를 장식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대로 나무를 만들었다.
같은 재료로 만들었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의 나무들이 탄생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작품들이 모여서 숲을 이룬 것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았다.
우리는 나무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아서 줄거리를 완성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줄거리를 다섯 문장으로 줄여보게 했다.
아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다섯 개의 나무를 뺐다.
자신의 나무를 넣겠다고 우기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진지하게 의견을 하나로 모아 다섯 개의 나무를 줄 세웠다.
줄거리 요약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다는 아이들의 소감을 들으며, 나는 또 어떤 재미난 아이디어로 이 아이들과 수업을 할까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나무를 소중하게 챙겨 갔다.
아이들이 나뭇잎에 써넣은 그 가치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 가치 나무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느새 오십을 넘긴 나는 과연 지난 세월 동안 내 안에서 나무를 잘 키워왔는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키워온 가치는 무엇인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종종 부끄러워진다.
오늘의 수업: 열 문장으로 줄거리 요약하기 / 휴지심을 이용해 줄거리 나무 만들기
돌아가면서 한 문장씩 이어서 말하면서 열 문장 줄거리를 만들어본다.
친구들이 말하는 문장을 활동지에 받아 쓴다.
휴지심을 이용해 줄거리 나무를 만든다.
열 개의 나무를 순서대로 진열해서 줄거리를 완성한 다음, 다시 다섯 문장으로 줄여본다.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업
뒷이야기 상상해서 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