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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Aug 01. 2020

오늘 한 마리의 새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게 어디야

동화책으로 하는 행복한 국어 수업: <휘파람 친구> 3

"새들의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줄까?"

이슬이가 태호에게 제안을 한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수많은 새들. 이슬이와 태호는 새들의 눈에 잘 보인다는 형광펜을 꺼내 학교 유리창에 줄을 그으며 조금씩 친해진다. 자신의 아픔만 바라보고 있던 태호가 새들을 도와주면서, 다른 이들의 아픔에도 눈길을 줄 줄 아는 아이가 되어 간다. 


그래도 오늘 한 마리의 새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게 어디야.



날이 무덥다. 

국어 시간. 코로나로 인해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불평도 없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고 있다. 

"모두 형광펜을 준비하세요."

"우아!"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기다리고 있던 활동이었다. 우리도 유리창에 형광펜 줄을 그어보면 안 되느냐고 졸라대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마침 지난주에 학교 유리창에 참새가 와서 부딪히는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제가 아는 친구도 집 유리창에 새가 날아와서 부딪혀서 죽었대요."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 rabihshasha


실제로 하루에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새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해마다 약 8백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다고 한다. 매일 2만 마리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도 심각하다. 미국은 연간 3억 5천만에서 최대 10억 마리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새들이 늘 날아다니던 길에 어느 날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유리창에 하늘이 비쳐서 늘 있던 하늘처럼 보일 텐데, 갑자기 새들에게 알아서 피해 다니라고 할 수는 없다.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리창에 맹금류 모양의 버드 세이버 스티커를 붙여놓은 곳도 있지만, 움직임이 없고 간격도 넓어 큰 효과는 없다. 

새들이 방해받는다고 느끼고 날아들지 않는 공간은 높이 5cm, 폭 10cm의 공간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넓은 공간은 날아서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드는 것이다. 


© barnardtonmoy

그래도 요즘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고, 전국적인 캠페인도 벌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부에서 하고 있는 캠페인 중에는 유리창에 아크릴 물감으로 점을 찍는 것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간격이 5cm x 10cm이어야 하고, 건물 안쪽에 찍으면 유리창이 반사될 경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찍어야 한다. 유리창이 높으면 어쩔 수 없이 내부에라도 찍으라고 제안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대신 스티커를 붙여도 된다.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알아보았을 때, 낚싯줄에 클립을 끼워 아래로 늘어뜨린 다음 창밖에 낚싯줄 여러 개를 길게 늘어뜨리는 방법이 있었는데,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형광펜으로 유리창에 촘촘하게 가로세로 줄을 긋는 것이었다.  

형광펜은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새들에게는 잘 보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색깔은 노란색으로 하는 것이 좋다. 다른 색깔 형광펜으로도 줄을 그어 보았는데, 너무 눈에 잘 띄어서 창문이 지저분해 보였다. 

이 방법의 단점은 1~2주에 한 번 정도 다시 줄을 그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비용이 좀 들더라도 최근에 개발되어 나온 조류충돌 방지 필름을 유리창에 부착하는 것이다.

5cm x 10cm 간격으로 점이 깔끔하게 찍혀 있는 필름이다. 

유리창을 제작할 때 처음부터 이런 처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아예 건물 유리창의 제작 단계에서 모든 유리에 이런 처리가 되어서 나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새들에게 좋은 세상. 그 세상이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세상이 아닐까. 

그러니 오늘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한 마리의 새를 살린다면, 좀 더 좋은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 이제  태호와 이슬이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수업 준비물: 노란 형광펜


"자, 이제 새들은 우리가 지킨다!"

아이들이 형광펜을 힘차게 꺼내 들었다. 

5교시 햇살이 뜨거웠다. 몇몇이 팀을 나눠서 학교 건물을 돌아가며 유리창을 찾아 형광펜을 칠했다. 

"어, 형광펜이 새까매졌어요!"

한 아이가 외쳤다. 

"어이쿠, 그러게. 유리창을 먼저 닦아주고 해야 되는데!"

형광펜을 버려가면서도 아이들은 정성을 다해 열심히 창문에 줄을 그었다. 




"오늘 한 마리의 새를 살린 영웅들!"

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씩 따라 웃는 아이들의 얼굴에 뿌듯한 마음이 묻어났다. 


이 아이들이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며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서도 오늘을 잊지 않았으면,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아는 멋진 영웅들이 되어주었으면!  



오늘의 수업: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알아보고, 한 마리의 새를 살리기 (준비물: 노란색 형광펜)

'조류 충돌'의 실태에 대해 알아보기 

내가 이슬이라면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생각해 보기

형광펜으로 유리창에 줄을 그어주고, 한 마리의 새를 살리기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업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생각해 보기 

'로드킬'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보고, 야생동물들과 평화롭게 함께 살아갈 방법 생각해 보기  




휘파람 친구 / 추수진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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