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수진 Jul 16. 2020

내 나무는 어디 있을까? -관찰하고 묘사하는 글쓰기

동화책으로 하는 행복한 국어 수업: <휘파람 친구> 2 (활동지 첨부)

태호는 선생님이 내주신 '내 나무 찾기' 숙제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골라서 자세히 관찰하고 관찰일기도 쓸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태호는 오히려 나무에 질투를 느낀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나무보다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슬이가 찾아준 태호의 나무. 그 나무는 태호를 닮았다. 나무의 꼬이고 뒤틀어진 면만 보는 태호에게 이슬이가 말한다.


나무껍질을 봐. 용의 비늘 같지 않니? 이 나무는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려고 준비하고 있는 용이야.

                                                                                              -<휘파람 친구> 45쪽

                            


오늘의 수업: 내 나무를 찾아서 관찰하고 자세히 글로 묘사하기


"오늘은 내 나무를 찾아볼 거예요."

국어 시간에 활동지를 나눠주며 말했다. 

"와, 재밌겠다!" 

"친구랑 똑같은 나무를 골라도 되나요?" 

"나무에 이름을 지어줘도 되나요?"

아이들이 신이 나서 웅성거렸다. 


사실 전에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내 나무 정하기'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학교가 산과 가까이 있어서 아침 운동으로 종종 산을 올라가곤 했었는데, 그때 아이들에게 '내 나무'를 하나씩 정하게 해서 그 나무를 계속 관찰하는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등산을 싫어하던 아이들도 산 위에 있는 자신의 나무를 보려고 기꺼이 산을 올라갔다.


지금은 학교가 경기도 양주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 학교 바로 뒤편에 작은 솔숲이 있는데, 소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등이 저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서있다.  


활동지와 필기도구를 챙겨 든 아이들을 데리고 솔숲으로 향했다.  

"자, 내 나무를 찾아서 관찰한 다음 그림으로 그려보고, 글로 자세히 묘사를 해보겠어요."

아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자신의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어려도 나무잖아.


"선생님, 이 나무도 되나요?"

한 아이가 이제 막 자라나는 어린 참나무를 가리켰다. 

"되지. 어려도 나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어려도 나무다. 세월을 견디면 언젠가는 크게 자라 가지를 활짝 뻗을 나무. 진지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큰 나무로 자라날 이 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각자 다른 나무들. 나중에 어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어떤 모습으로 가지를 뻗어 나갈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겠지만, 건강하게 자라나 세상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기를 기도해본다. 


학교 솔숲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참나무


아이들은 길게 줄이 늘어진 그네에 앉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바위에 앉아 나무를 찬찬히 바라보기도 하며 그림을 그렸다.

저마다 고른 나무들이 제각각이듯 나무를 보는 시각도 표현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그림도 글도 주인을 닮았다. 


"왜 나무에 올라가 있니?"

선생님 한 분이 다가와서 나무 위의 아이에게 물었다. 

"자세히 관찰하려고요."

아이가 대답했다.  

아이의 말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나무를 관찰하며 글을 쓰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은 이제 나무를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였을 테지만, 이제는 잎사귀의 여러 가지 모양이 보이고, 그 끝의 가시나 톱니, 잔털도 보이고, 나무껍질의 무늬와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무줄기를 오르내리는 개미 한 마리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열리고, 마음도 그만큼 더 열렸겠지.


내 나무는 단풍나무이다. 잎의 모양은 손 모양이다. 굵은 나무 기둥이 밑에서 두 갈래로 곧게 뻗어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 이끼가 껴 있다. 거기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개미도 나만의 집을 찾고 있는 듯하다. 나뭇잎 중간중간 있는 단풍 씨도 날고 싶은지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다. 어제 봤을 땐 분명히 초록색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금세 빨간색으로 변했다. 이제 곧 날아갈 기세였다. 빨리 날아가 심어져 자라서 또 다른 내 나무가 만들어지면 좋을 듯하다.
 -내 나무 관찰 글쓰기 (6학년 학생)  


오늘 국어 시간에 찾은 나의 나무는 바람개비 소나무이다. 주위에는 많은 소나무가 있었지만 나는 이 소나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참고: 딴 소나무와 구분하기 위해 내가 고른 소나무에게 바람개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이는 약 10미터이고, 나무줄기의 껍질은 고구려 시대의 철갑옷 같다. 나무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마치 바람개비 같고, 뿌리는 새의 발 같다. 왜냐하면 뿌리 3개가 마치 한 방향으로 약간의 공간을 두고 땅 위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들은 겉은 1개씩, 중심에는 5개씩 묶여 있다. 이 나무는 볼수록 정말 신기하다.       
-내 나무 관찰 글쓰기 (6학년 학생)       



오늘의 수업: 내 나무를 찾아서 관찰하고 자세히 글로 묘사하기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보고 내 나무를 정한다.

나무를 관찰하여 그림으로 그려본다.

그림을 그리듯 글로 자세히 묘사하는 글쓰기를 한다.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업

내 나무를 묘사한 자신의 글을 발표한다. 

친구의 발표를 잘 듣고, 그 나무를 찾아본다. 

내 나무와 나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새를 보았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