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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길의 여유 Oct 03. 2023

면접관

피면접자도 고객!

외부 전문 면접관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재직시절부터 서류전형과 면접은 내게 일의 한 부분이었다.


활동 전 관련 분야 책을 구매하여 나름 최신 기법을 공부했고 전문기관이란 곳에서 하는 교육도 거금을 들여서 참여해 보았다. 책에서 공부한 것과 실무에서 익힌 것들 것을 나열하고 체계화시켜 교육을 시켰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면접 현장에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신입사원부터 경력사원까지, 인턴, 계약직, 정규직 등등. 산업군도 다양하다. 


보통 면접관은 5인으로 구성된다. 삼인의 외부전문가와 이인의 사내 전문가이다. 나는 외부면접관으로 주로 인성 부분을 중점적으로 면접한다. 인성 면접도 여러 갈래로 갈린다. 간혹 면접관 대상의 면접 강의도 한다. 면접관으로 나오는 관련 기관 사람들 대부분은 지위가 있고 경력이 많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자세부터 다르다.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눈빛에서부터 앉은 자세까지 교만과 자만이 철철 넘친다. 


모 기업에서 임원들 대상으로 면접관 교육 미팅을 했다. 그들이 나를 보고는 수염을 길게 기른 연세 많으신 분인 줄 알았단다. 어떻게 척 보면 아느냐고 질문도 했다. 아직도 기업에 이렇게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있다.


10년을 넘게 면접을 하다 보니 면접장에서 자주 만나는 면접관들이 있다. 그중 피하고 싶은 사람도 생겼다. P 면접관과 한 팀이 되어 하루 혹은 이틀을 한방에서 면접을 진행하면 고행이 따로 없다.  파고 파고 또 판다. 민망할 정도로 말꼬리를 잡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에는 피면접자로부터 그가 저지른 실수, 모순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다. 그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다음부터 바꿔요! “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싫어요! “ 난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난 그가 너무 파내는 통에 넉넉한 역을 자처한다. 나라도 긴장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을 절로 들게 하는 그와는 어디서도 만나고 싶지 않다. 


요즘 면접은 블라인드가 대세인지라 피면접자도 면접자도 서로를 잘 모를 것 같지만 인터넷 시대에 그리 큰 비밀은 아닌 것 같다. 잘 아는 H 상무는 현재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에 말에 의하면 학생들 사이에 P는 이미 ‘악마’ 면접관이라고 소문나 있다고 한다. 면접 일정이 정해지면 P와 한 팀이 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 


오래전 일이다. 눈이 많이 왔던 날이라 완전무장을 하고 전철을 탔다. 휴일의 이른 아침이라 전철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전철 안에 정장을 한몇 사람이 있었다. 무심히 봐도 면접장으로 가는 복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장이 있는 정거장에서 내린다. 면접장까지는 정거장에서 꽤 많이 걸어가야 했다.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면접장 건물로 들어섰다.


면접이 시작되고 몇 팀이 끝난 후 입실한 한 사람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는 체한다. 바로 전철 맞은편에 앉았던 사람이다.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다. 우린 잠시 한 전철에 앉았을 뿐인데 아는 사람이라 여겼는지 몹시 반가워했다. 마치 큰 힘이라도 얻었다는 표정이다. 이를 어쩌나... 


면접장에서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제척사유라는 것이 있다. 그럴 때는 평가에서 빠져야 한다. 그러니 면접장에서는 아는 척을 해서는 안 된다.


00 공단에서 000 콜택시 기사를 선발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라서 필요한 인성 검증을 한다. 다행히도 신입사원은 아니고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전년도 인사평가가 이루어진 다음에 재선발하는 것이라 크게 변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면접에 임한 나이 드신 분들도 긴장하여 얼굴이 벌게지고 실수를 연발한다. 말을 수려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는 답변을 해야 한다.


00랜드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종의 특성상 서비스가 우선인데 피면접자의 인상이 유난히 굳어 있고 편해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저런 인상으로 무슨 서비스를 하겠나 싶을 정도였다. 툭, 한마디 던졌다. ”오실 때 많이 추웠나 봐요, 스트레칭 좀 하세요.” 씩 웃는다. “어이쿠, 그렇게 웃으니 이곳이 다 활짝 피네요. 웃는 모습이 아주 예뻐요.”


면접 중 점심을 으리으리한 식당에서 대접을 받았다. 이 맛에 난 면접관이 좋다. 내 옆에 앉아있던 임원이 한마디 한다.  “우리가 거금을 들여서 이렇게 사람을 선발하는데 잘 좀 해주세요. 금방 나가버리면 우리의 손실이 너무 커요.” (이 양반이 이걸 말이라고?) 

“잘 뽑아드렸으면 제대로 관리하셨써 야죠. 조직문화를 뒤돌아보세요.” 

교만한 얼굴로 대단한 직위나 되는 듯 아니꼽게 구는 임원 앞에서 한마디 하니 분위기가 싸해졌다. 


난 그들의 직원이 아니라 공평하고 공정하게 선발하는 전문가인데 어디다 대고, ‘갑질’?


피면접자는 자신도 회사를 면접 본다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해야 한다.   


회사는 피면접자도 외부면접관도 잠재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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