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날
몇 년 동안 많이 망설였다. 늘 문턱을 넘지 못하여 문조차 두드리지 못했다. 장애우들에 대한 내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 아니 어쩌면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20년 전 대학원 팀 활동 시간에 우리 조에서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고서에서 장애우를 위한 배려에 대한 목록을 발표했다. 다른 팀의 팀장이 버럭 화를 내며 한마디 했다. 왜 장애인에게 인심 쓰듯 는 발언을 하느냐고. 우리 팀 모두 당황했었다.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던 담당교수님은 깊이 이해한다 하셨다. 우리 팀에는 현직 목사와 수녀가 있었다. 누구보다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던 사람들임에도 당사자 가족이 아니었기에 그런 의견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 일 이후 나는 장애우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혹시나 일어날 법한 노여움에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022년 5월, 작은도서관 지역주민 참여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작은도서관 건너편 장애인 복지관을 찾았다. 1주일에 한 번 ‘도서관 가는 날’을 하자는 나의 제안에 복지관 관장과 팀장은 몹시 반색했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좋으니 수업도 진행해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흥분하는 그들을 “내년부터 수업하자”라고 워워시켰다. 복지관의 '도서관 가는 날"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몇 해 전부터 주시하고 있던 50 플러스 보람일자리 장애 관련 활동에 지원했다. 다행히 합격하여 집 근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나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도움이 되고자 했던 첫 마음은 첫날 보기 좋게 깨졌다. 내가 할 일은 식사보조, 설거지, 환경미화였다. 즉, 그릇을 닦고 교실, 복도, 화장실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이었다.
할 수 있을까? 얼마동안이나? 1주일 고민했다. 결론을 내렸다. 그곳에서는 나의 전문성은 활용할 수 없다고. 이번 기회에 말로만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진짜 내려놓는 것이 가능한지 나를 실험해 봐도 좋을 듯했다.
마음을 정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임무에 임했다. 일단 마음을 열자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밥먹이는 방법부터 어떻게 반복해서 기초 질서와 생활규칙을 알려주는지를 알게 되었다. 상호존중으로 존댓말 하기, 반복해서 말해주기 등.
주 1회 도서관에 오는 장애인 복지관 사람들에 대한 경계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짐이 느껴졌다. 그들에게 어떤 수업을 진행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니 할 만한 수업이 떠 올랐다.
주 2회 7시간씩 4개월 발달장애인평생교육관에서의 활동은 제주에서 친정방문 오는 딸과 11월 예정인 해외 강의로 빠지는 날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중지했다. 4달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리 잡고 있던 장애우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고 다가갈 용기가 생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소외받는 이 없이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필요한 곳에 쓰임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