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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n 23. 2024

아리어록 5 - 엄마니까

조건 없는 사랑

<밀리의 서재> 구독권이 생겨 다시 등록을 해줬더니 초3인 딸아이가 하루종일 그것만 들여다볼 기세다.

약 50일간 읽은 책의 통계를 보니 140여 권에다 대부분은 학습만화다. ㅋㅋ

나도 어린 시절 만화영화를 너무나도 좋아했고, 중/고등 시절에는 그 시절에 동네마다 있던

비디오/만화책 대여점에다 용돈을 죄다 헌납하고 다녔으며, 지금은 네이버 웹툰에서 보는 만화만 요일별로 몇 개씩, 총 20개는 될 거다... 그러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만화책뿐만 아니라 동화책, 지식책, 백과사전식 책 등 다른 책들도 두루 잘 읽기에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뭐든 한 가지에 몰입해 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좋고,

독서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읽다 보면 자신만의 취향을 게 되고,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을 별할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활자중독은 이제 도가 너무 지나쳐서 밥 먹을 때 무조건 독서대에 책을 얹어놓고 보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글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밥을 먹거나 밀리의 서재를 보기 시작하면 숙제고 뭐고 다 제쳐두고 그것만 서너 시간 보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밥 먹으면서 보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은 주말에만 가능한 것으로.


오늘은 일요일.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밥을 해놓고 부르니 룰루랄라 하며 보고 있던 밀리의 서재(갤럭시탭)를 챙겨 와 냉큼 독서대 위에 놓는다.

먼저 밥을 다 먹은 나는 아이의 맞은편에서 그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 읽고 있을 때면 "아리야~" 불러도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아예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두어 번 더 부르니 쳐다보는데, 그 말갛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만히 보자니 갑자기 또 말하고 싶어졌다.


"엄마는, 너를 진짜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왜에~?"


"엄만 네가 조금 미울 때나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할 때조차도 언제나 동시에 너를 사랑하거든!"


만족의 미소가 번진다.


"나도 사랑해 엄마!"


"정말? 아리도 엄마처럼 언제나 엄마를 사랑해?? 엄마가 잘못을 해도?"


"응!"


"엄마가 실수로라도 혹은 차 사고 같은 걸로 사람을 죽여서 살인자가 된다 해도 사랑할 거야?"


"응!"


"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그 조그만 입술을 응시하고 있자니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이 냉큼 나온다. 뭐 그딴 걸 묻냔 표정과 함께.



"엄마니까!"


심장이 쿵.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주는 존재가 나의 자식이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물론 마음속은 저 반대의 경우처럼 내 아이가 살인자가 된다 해도 영원히 사랑하겠지만) 그들이 느끼기에 공부를 잘해야만, 예의 바르고 착한 어린이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느끼도록 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사랑은 어쩌면 그들에게 가끔은 조건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부모가 가난해도, 대학을 못 나와도, 매번 해외여행을 데리고 가주지 못해도, 매 끼니 정성스러운 밥을 차려주지 못해도 그저 부모란 이유로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그런 선물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덧) 엄마가 감옥 가면 매일 면회 올 거냐고, 엄마 좋아하는 거 뭐 사 올 거냐고 물으니 커피 사 오겠다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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