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압박, 추심, 유체동산 가압류 신청을 위한 사전 작업
변호사는 불경기를 체감하는 직종 중 하나이다. 거래처로부터 미수금을 변제받지 못해 소송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물품대금청구소송, 공사대금청구소송이 단골 손님이다.
최근, 오랫동안 거래해 온 거래처로부터 미수금을 1억원 가까이 변제받지 못하였는데, 참다못해 결국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회사로부터 물품대금청구소송 및 보전처분을 수임하였다. 그리고, 이 회사를 대리하여 통장 가압류(예금채권 가압류), 물품대금청구소송에 착수하였다.
통장 가압류는 별다른 보정명령도 없이 신속하게 받는데 성공하였다.
통장 가압류를 하는 이유는 크게 3개이다.
첫째는 채무자에 대한 압박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주거래은행이 있는게 통상적이다. 거래하는 은행이 여러개로 나뉘면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은행과 자주 거래하게 된다. 그러나 주거래은행이 어디인지 공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주거래은행이 어디인지는 짐작으로 알아낼 수 밖에 없다. 주거래은행을 예상하는 쉬운 방법은, 그동안 거래처로부터 돈을 받고 있던 통장이 어디인지 보면 된다. 왜냐하면, 매출이 일어나는 통장에서는 자금이 자주 이체가 되어야 하는바, 그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자주 활용하게 되므로, 주거래은행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서도, 의뢰인께서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할 때마다 채무자가 썼던 통장이 어느 은행인지 먼저 확인하였다. 채무자의 주거래은행에 대하여 신속하게 예금채권 가압류를 신청하여 결정을 받으면, 채무자는 주거래은행의 통장이 동결된다. 그리고 그 통장에 상당한 예금이라도 있었으면 꽤나 골치가 아파진다. 당장의 유동성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이 좋을 때에는 예금채권 가압류만으로도 채권의 변제를 받는 경우가 간혹 존재한다.
둘째는 추후 소송에서 승소한 다음 그 통장에 들어있는 현금을 추심하기 위한 것이다. 통장 가압류를 해놓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면, 그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채무자가 그 예금을 다른 곳으로 이체시키거나 현금으로 인출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소위 빈털터리가 되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통장 가압류는 필수적이다.
셋째는 유체동산 가압류와 같은, 추가적인 압박 수단을 위한 자료가 된다는 점이다. 유체동산 가압류란, 채무자의 사무실이나 영업장에 있는 동산, 기계 등을 가압류하는 것인데, 추후 소위 "빨간딱지"를 붙이는 유체동산 압류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채무자는 본인의 사무실이나 가게에 유체동산 가압류 공고문이 붙으면 심한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법원은, 유체동산 가압류를 신청하면, 통장 가압류보다 더 강한 소명을 요구한다. 지금 유체동산 가압류를 해놓지 않으면 추후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이 곤란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자료가 채무자의 통장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여부이다. 만일, 채무자의 주거래은행의 예금통장에도 예금이 얼마 없으면, 법원에게 "이 채무자는 지금 주거래은행에도 돈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유체동산 가압류를 해놓지 않으면, 추후 소송에서 이겨도 강제집행할 재산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유체동산 가압류를 꼭 해주십시오"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통장 가압류를 하면 채무자의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그렇다. 통장 가압류를 할 때 법원에 "진술최고신청서"를 첨부서류로 제출하면 된다. 이는 채무자의 주거래은행(통장 가압류의 제3채무자가 된다)에게, 현재 채무자가 예금으로 돈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명령이다. 채권자의 진술최고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가압류 결정문을 내릴 때 제3채무자에게 진술최고서를 발송한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가압류의 집행과 관련하여, 법원의 진술최고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인 은행은 "채권을 인정하는지 여부 및 인정한다면 그 한도"를 진술해야 한다. 이는 채무자의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 얼마나 남아있느냐,에 대한 답변으로 귀결되게 되고,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유체동산 가압류 신청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민사집행법 제291조(가압류집행에 대한 본집행의 준용) 가압류의 집행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아래의 여러 조문과 같이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집행법 제237조(제3채무자의 진술의무) ①압류채권자는 제3채무자로 하여금 압류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서면으로 다음 각호의 사항을 진술하게 하도록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1. 채권을 인정하는지의 여부 및 인정한다면 그 한도
2. 채권에 대하여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의 여부 및 의사가 있다면 그 한도
3. 채권에 대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청구가 있는지의 여부 및 청구가 있다면 그 종류
4. 다른 채권자에게 채권을 압류당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 및 그 사실이 있다면 그 청구의 종류
②법원은 제1항의 진술을 명하는 서면을 제3채무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③제3채무자가 진술을 게을리 한 때에는 법원은 제3채무자에게 제1항의 사항을 심문할 수 있다.
실제로는 아래와 같이 진술최고 명령이 나간다.
다른 모든 집행이 그렇듯, 예금채권 가압류에서도 중요한 건 속도이다. 별지 목록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채무자가 회사인 경우, 별지 목록에서 채무자 회사를 특정할 때에는 법인등록번호를 명시해야 한다. 사업자등록번호는 굳이 명시할 필요 없으며, 오히려 명시하지 않는게 좋다.
최근 담당한 사건에서는, 7일만에 결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