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가슴이 무거운 날엔 떠오르는 것이 너의 형상이다. 나는 아직도 너를 그리던가, 생각하다 마음을 다잡는 그 작은 바람에도 쉽게 일렁이는 그 속이 미심쩍어 헤집어본다.
너는 온데간데 없다. 실체 없는 그리움만 있다.
오늘은 너이기도 하다가 다음번 들추었을땐 다른 이이기도 할 것이다.
너를 모를 적엔 다른 이였다가 지금은 너인 것처럼.
누구에게 뿌리내리지 않고 겉만 바뀌는 그리움이 실은 외로움이라는 것을 나는 곧 안다.
그것을 깨닫는데 처음에는 몇 년이 걸렸고, 이후엔 수 개월이 걸리다가, 이제는 한 시간이 채 가기도 전에 알 만큼 나도 제법 삶을 살았다.
내 오늘의 나약함을 감추는 방법으로 네 잔상을 빌려오는 짓을 택한 거다. 너무 써먹어 이젠 흐물흐물해져버린 너를, 나는 무의식중에 자꾸만 데리고 온다. 하지만 이젠 그것을 깨닫는 데 하루도 가지 않는다.
너를 그리워하는 건가, 하는 괜한 고민을 도피처마냥 만들어놓지 않을 날이 올 테다. 그땐 실체 없이 무거운 마음을 글로 비워내지 않고, 내 나약함을 한톨 놓치지 않고 꽉 껴안고 있겠다. 어쩌면 조금 멀리 있을 것이다. 차차 줄어드는 간격을 넘어 더 이상 너를 꺼내들지조차 않을 때, 그제서야 나는 온전히 외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