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저장글
웃다 허무할 때가 있다. 크게 하하 하고 웃다가, 문득 뭐가 그리 즐거웠나 싶다. 그렇게 깨닫고 나면 이후에 이어지는 농담과 우스갯소리는 붕 떠버리고 만다. 그저 웃기기 위한, 알맹이도 없는 실없는 소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신나게 떠들고, 웃는다. 그러기를 택한다.
나약한 생각을 하다가는 뒤처지기 십상이다. 무지막지한 경쟁이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하고 그것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나마 받아들여질 여성으로서의 '여성적 능력'들도 포함한다. 부조리에 대한 반발에 공감이나 연대 따위는 없다 . 사람사는 곳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이곳도 야생의 정글과 다름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문에 생각하는 웃음은 사치스럽다. 공들여 생각하고 웃을 필요도, 시간도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받은 스트레스를 재빨리 삭혀버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충 넘겨 잊는 법을 배워가는 곳. 생각할 필요 없는 웃음이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즐비하다. 소모품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좀 다른 웃음을 가질 수 있을까. 경쟁이 다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닌 일상 중 어느 날에, 자극적인 무언가로 범벅된 것이 아닌 그 '날것'을. 짐작조차 되지 않는 걸 보면, 혹 기대하는 일도 사치가 되어있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