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하여 3
언제부터 꽃을 좋아했던가. 그 기억이 제법 낯설다. 꽃에 대한 내 기억은 중학교 교실에 늘 붙어 있던 김춘수 시인의 시 <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가 좋았을 뿐, 그 당시 난 꽃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꽃이란 그저 풀때기 식물이었다. 그러다 늦봄에 벚꽃이 흩날리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가지에서 바닥까지 너울너울 흩날리는 그 꽃잎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때부터였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하지만, 모든 꽃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꽃의 여러 모습 가운데 오로지 떨어지는 찰나의 가장 화려한 꽃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의 10년 동안 내 인생의 기조도 떨어지는 꽃잎처럼 ‘오늘을 즐기자.’였다. 그러다 또 몇 년 전, 직접 꽃을 피운 경험이 꽃에 대한 내 마음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꽃잎이 흩날리는 마지막 순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소중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나 몰래 피진 않았을까, 피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텃밭에 나가면서 두근두근 설레이는 그 마음을 사랑했다.
씨앗에서 싹트고 망울이 열릴 때까지, 꽃은 66일 동안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계속 자랐다. 내 인생의 기조도 그에 맞춰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자.’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더 낫다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속 이견이 분분하다)
꽃은 몇 달이 지나더라도
물과 볕만 제때 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핀다.
너도 그렇다.
그래서 봄이 오고 싶다.
꽃이 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