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행복한 쿼카의 기운을 받은 당신!
크고 작은 모든 것에 행복을 느끼게 댑니다.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행복 부적의 문구다.
이 행복부적은 얼마 전 입사한 극 F형의 후배가 준 작은 선물이다. 사회적 T형인 내게 사회적 F형인 후배는 사람 향기 나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나는 시니컬해지고 무덤덤해졌다. 하지만 그 후배의 행동은 잔잔한 자극을 주며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출근 시간에 차가 밀려 조금 늦은 출근을 하면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라며 카톡을 보내곤 한다.
피곤해 보이는 내 모습에 "달달함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사왔어요"라며 초콜릿을 건네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그런 섬세함과 배려는 내게 어색함이 아닌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그는 정말 다정하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저자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는
흔히 진화가 이뤄지는 방향은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유전적 요소에서 강한 것은 약한 것을 도태시키고 자신의 우월적 유전자를 남기는 행위가 진화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른 인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근본적인 이유를 '다정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다정함이라는 것이 그렇게 인류 진화론적인 생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거다.
다정함은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나는 다정한가? 아니다. 나는 다정하지 못하다.
툭툭 뱉는 말로 엄마의 마음을 휘갈겨놓던 큰딸이었다. "말투 좀 고쳐라"는 말을 엄마에게 인생의 반을 들었던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나는 엄마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어버이날이라고 고마움을 전하는 오늘의 마음에도 '엄마 고맙고 사랑합니다'라는 한 줄의 말과 엄마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것뿐이다. 엄마께 진 빚을 갚을 길이 없다. 다정하지 못한 큰딸이 어떻게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엄마의 다정함에 비해 나의 모자람은 참 크다. 사랑과 정이 많은 엄마가 딸을 향한 꾸중과 잔소리가 하나씩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땐 엄마 말씀이 불편하기만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나를 위한 사랑과 걱정이었음을 안다.
'너 말투 바꿔라' '너 부터 바꿔라' 등등 말씀들은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땐 깨닫지 못했지만 엄마의 다정함과 사랑이 기도가 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엄마는 아들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 옆에서 손주 뒷바라지 딸 뒷바라지를 하며 옆에 계신다. 그런 엄마에게 내가 해준 따뜻한 말과 행동이 별로 없는 것같아 반성이 되는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못난 큰딸이었지만, 이제는 쫌 다정한 딸이 되고 싶다.
예쁘던 엄마는 한 해가 다르게 쇠약해져가고 나이가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한결같은 엄마께 받은 사랑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며, 다정한 딸로 부모님에게 표현하는 딸.
나는 다정한 딸로 살아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