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비비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쌉쌀한 커피향이 내코로 스며들어오는 지금, 어느새 다시금 이렇게 글을 써내려간다. 이 작은 습관이 주는 안락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진다. 근면함이라는 내 장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때는 매일매일 분주히 움직이며, 순간순간 무언가를 이루어내던 나였다. 일에 몰두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그 시절의 에너지가 이제는 마치 사라진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문득 멈춰 서서 돌아보면 내 몸과 마음은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소중히 여겼던 꾸준함과 성실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놓쳐버린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스스로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나를 돌아보면,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이 아쉬움으로 쌓여 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의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
하지만, 다시금 돌아가고 싶다. 나는
한해가 100일도 남지 않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 천천히라도 다시 시작한다면,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조금씩 무너져내린 듯한 지금,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다시 걸어가 보려 한다.
가을이 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2024년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점심시간에 느껴지는 그 바람은 어느새 다가온 가을을 알리고 있다. 공기는 한결 맑아지고, 햇살은 따스하지만 그 속에 스며든 차가움은 나뭇잎을 하나둘씩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가을의 매력을 새삼 느낀다.
도시의 복잡한 소음도,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가을의 깊은 여운 속에 묻혀버린 듯하다. 가을은 늘 이렇게 조용히 찾아와, 지나온 계절의 흔적을 말없이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만든다. 바람의 향기가 내머릿속으로 그리고 내 손끝으로 살랑살랑 움직이는 이 순간, 나는 나의 삶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 지난 내 속도를 찾고 싶다.
나는 이 가을을 통해 다시 나를 만나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그 여정 속에서 나의 꿈과 목표를 다시 되새기고, 나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은 어쩌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번 가을, 나는 나를 다시 바라보겠다. 느리지만 확실한 발걸음으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해.
그리고 2024년 마지막의 웃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