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Canada의 작가님과 전기장판 출판사의 첫 계약
책의 프롤로그엔 영화 줄리&줄리아의 이야기가 나온다.
김지현 작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스포츠의학과 전공을 했고, 치열하고 아름다운 캐나다 유학의 삶을 책에 녹여냈다.
사실은 그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까미노 여행 스케치 책의 저자로 독립서점에 입고하러 여러 서점에 방문하는 일이 많았고, 나보다 먼저 혹은 뒤에 서점에 책이 입고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은 내 책에 비해 얇았다. 사서 읽고 싶었지만, 약간의 샘이 났다고 해야 할까?
유학을 가서 고생하는 것을 자랑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 한 장 없는 책인데 판매가 잘 되어 보여서 질투가 났던 거다. 1종의 책을 가진 출판사지만, 앞으로 우리 출판사의 책 식구로 받아들일 책들은 내 가족으로 열심히 홍보하고 아낄 것이기에 투고 보단 손에 잡히고 전기장판 위까지 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하던 '나'다.
그런데 갑자기 질투하던 책을 어떻게 출판하게 되었냐면...
운명적인 만남의 시작으로...
수원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전 글에서 드로잉 한 점을 올렸는데, 고물 작가님의 Mi Cubano 책을 기억하는가?
사실 독립서점에서 책을 추천받아 만나게 된 게 이 책이었고, 손에 잡은 순간 이틀 만에 완독 하며 작가님께 미팅을 신청했다. 팬심과 출판사 대표 중간 저 멀리 어딘가의 포지션으로 작가님이 계신 수원에서 만나는 날을 잡았다. 서른 책방이라는 도넛이 맛있는 독립서점에서 우린 만났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SNS로 알게 된 "릴레이 서가"(전시된 책을 가져가면서 다른 책을 두고 가는 서른 책방의 이벤트)에 #까미노 여행스케치를 올려놓고 이제 수원도 내 영역임을 표시하러 간 목적도 있었다.
그곳에서 고물 작가님과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서른 책방 사장님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셨다. 옆에 "Dear My Canada, 나의 캐나다에게" 김지현 작가님이 계신다고.
김지현 작가님도 고물 작가님의 팬이라며 두 분을 인사시켜주시던 사장님과 그 관경을 지켜보던 내가 있었다.
잠깐만 Dear My Canada?
릴레이 서가에 내 책과 맞교환한 그 책의 작가라고?
나는 그녀에게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책에 싸인을 부탁했다. 그녀는 젊었다. 내 나이쯤 되었을까? 생각하던 순간 동그란 서명과 수줍은 모습으로 그녀가 책방을 나갔다.
수원에서 돌아와 며칠간은 책을 멀리했다. 다른 바쁜 일도 있었고, 한 가지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 탓에 시작한 일을 끝내고 다른 것을 잡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그냥 책을 책상에 두고, 고물 작가님을 향한 짝사랑을 하다가 '나의 캐나다에게, '를 집어 읽기 시작했다.
웬걸... 이런.
책은 찌질함과 당돌함, 두려움, 외로움, 자기 성찰... 캐나다로 떠난 유학생의 첫날부터 차분하지만 빠르게 내용을 이어갔다. 에세이를 읽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교훈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재미를 느낀다는 것인데. 그녀의 책에서의 캐나다 유학생활은 자랑도 권유도 후회도 아니었다.
한국, 캐나다 그 어디가 되었던 상관없이 김지현 작가의 삶이었다.
출판사 대표로서, 책의 내용을 스포 할 수 없으니(출간 전까진...)
아래 그녀의 책에 들어갈 일러스트 영상을 첨부하겠다.
곧장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고, 캐나다로 떠난 작가님과 메일로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책을 내는 것으로.
그림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리겠다고.
요즘 내가 가진 삶의 목표는 이렇다. 재밌게 살자.
돈이 전부가 아니고, 커리어도 전부가 아니고, 나를 희생해서 가족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나란 사람에게 가장 재밌는 게 뭘까? 어떻게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
내 경우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창작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외출이나 전시 탐방 등이 가능하지 않지만, 요즘 나는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PUB 파일로 전자책 코딩을 하고, 책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고 타임랩스로 영상을 만든다.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책 출간에 대한 **출판사 관계자의 말.
"작가님 책 그대로 출간하자는 곳 있으면 의심해봐야 돼요"(이렇게 쓰여있던 기억이...)
작가님의 책은 내년 1월에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물론 모든 그림은 내가 그리고 반응을 보며 종이책 출간도 진행되길 소망해본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마음이 통하는 책을 만나 영감의 원천을 찾았다.
덕분에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쟁이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은 행복이다. 가끔씩 절망과 나태함도 가져다주지만. 그림으로부터 받는 감정 변화는 언제나 즐겁다.
또 그림 그리러 가야징~
[전기장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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