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는 양(陽), 바지는 음(陰)
치마는 역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특히 플레어 스커트) 치마는 두 다리를 각각 감싸는 바지와 다르게 하체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계속 벌어지거나 치켜올라가는 등 형태가 변형되고 불안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역동성, 불안정한 양(陽)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마를 잘 살펴보면, 바람이 불거나 움직일 때 이리 저리 펄럭이고, 화려하고, 통기가 잘 된다. 불이 떠오르는 형태의 옷이다. 그래서 전세계의 수많은 전통적인 춤들에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남녀노소 길다란 천을 허리에 두른 플레어 스커트 형태의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발도르프학교의 오이리트미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의 역동성을 화려하게 표현하기 위해 남녀 모두 치마 모양의 드레스와 베일을 입고 예술활동을 펼친다.
반대로 바지는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바지는 두 다리를 모두 감싼다. 기본적으로 조이고 웅켜잡는 성질의 옷이다. 그래서 바지를 입으면 하체가 따뜻해지고, 형태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서 움직일 때 안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고정적, 안정적인 음(陰)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움직일 땐 치마를 입었을 때가 훨씬 편하지만, 사회 통념과 예의상 속옷을 가려주기 위해 치마를 입으면 다리를 오므리고 다리 사이를 가려주는 등 계속 움직임에 신경써줘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편의성까지 고려했을 땐 바지가 더욱 움직이기 편하다고 여겨진다.
정리하자면 바지는 음, 치마는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르게, 남자는 하체가 서늘해야 건강하고 여자는 하체가 따뜻해야 건강하기 때문에 치마는 신체적으로 남자한테 더 어울리는 옷이다. 하지만 전세계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근대화를 거치며 치마를 입지 않게 되면서, 현대사회엔 치마는 여자의 옷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성장과정에서는 어떤 옷이 어울릴까? 여아나 남아나 대략 10살 정도까지는 치마가 어울리고, 청소년기부터는 바지가 어울린다. (실제로 20세기 초까지 서양에서는 보통 만 8세 정도까지 남자아이들에게 치마를 입혀서 키웠다.) 기저귀 갈거나 용변볼 때 편하기도 하고, 사지를 많이 움직이고, 상상력을 펼치고, 거리낌 없이 다양한 감각경험을 쌓아야 하는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에 딱 어울리는 옷이다.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깃발이나 리본막대를 쥐어주면 본능적으로 이리저리 흔들어보면서 형태를 그려보며 노는 것처럼, 치마를 입혀보면 주로 몸을 흔들거나 뱅글뱅글 돌면서 치마가 휘날리며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놀이를 하곤 한다. 또한 아동기의 아이들은 양기가 넘치고, 에너지가 주로 하체에 많이 머물기 때문에 하체가 통풍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놀다가 치마가 들춰지거나 속옷이 보인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놀기도 하고, 그 시기엔 그게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청소년기가 되면 부끄럼이 많아지고 성가신 걸 싫어하게 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합의를 자발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움직임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고, 사회적 통념과 개념을 학습하면서 이성이 발달하지만 반대로 상상력과 감성은 다소 약해진다. 그러면서 움직일 때 다리를 오므리고 가리는 등 성가신 일들에 신경쓰고싶지 않아진다. 이렇게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 음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청소년기에는 고정적이고 움켜쥐는 성향을 가진 바지가 더 어울리게 된다.
인류 역사적으로도 치마가 먼저 만들어졌고 바지는 나중에 만들어졌다. 인간의 성장과정에도 치마를 먼저 경험해보고 나중에 바지를 입는 것이 발달과정상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물론 아직은 남자가 치마 입는 게 생소한 사회라, 남자아이들에게 치마를 입고 바깥을 돌아다니게 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치마는 여자 옷'이라는 선입관은 허물어주고, 남자아이도 자기가 원한다면 치마를 입어볼 수 있는 경험은 하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아이들이 나중에 성장해서 본질을 보는 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