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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alestar Nov 27. 2021

담쟁이의 꿈

(C)Whalestar art work


담쟁이는 파란 싹을 틔워 봄을 전하더니 이파리는 낙엽이 되어 어느새 겨울 벽화로 붙어있다.

줄기줄기 이어진 가지들은 식물의 지치지 않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서로를 놓지 않는다.

연약하고 불안한 삶을 끈질긴 생명의 에너지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다.

담쟁이의 꽃말이 우정이라니 귀여운 한편에 여러 단상이 떠오른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C)Whalestar art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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