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aaS 마케팅의 종류와.. B2B SaaS 마케터들에게 전하는..
국내 SaaS 마케팅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제품이 비슷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이를 크게 보면 아직까지 마이크로 SaaS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에요.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죠. 대부분의 소규모 SaaS 브랜드는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스스로의 힘으로 천천히 성장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SaaS 기업들은 외부 자본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생력을 키우며, 마치 완만한 저성장 곡선을 그리듯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물론 시장 변화에 따라 SaaS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마이크로 SaaS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이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립하고 있는 소규모 SaaS들이 오히려 '꾸준한 성장'이라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기도 해요.
국내 B2B SaaS 마케팅들은 대체로 비슷한 틀 안에서 이루어져요. 특히 수요가 많은 영역으로는 특히 수요가 많은 영역으로는 협업툴, 업무 ERP 자동화 툴, CS 툴, 마케팅 툴, 이커머스 툴, 그리고 AI 툴 등이 있죠. 반면, 수요가 비교적 적은 카테고리로는 개발 자동화 툴과 특정 산업에 특화된 수직형 SaaS 툴이 있어요.
수요가 많은 SaaS 시장
1) 협업툴
2) 업무 ERP 자동화 툴
3) CS 툴
4) 마케팅 툴
5) 이커머스 툴
6) AI 툴
수요가 적은 SaaS 시장
1) 개발 자동화 툴
(이 성격의 툴은 해외 툴을 주로 사용하기에 국내에서 발전되지 않는 것으로 보임)
2) 수직형 SaaS 툴 (버티컬 SaaS)
(특정 산업에 특화된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덕트, 투자 받기도 산업 규모가 적은만큼 성장하기도 어렵기에 찾아보기 힘든 프로덕트이나, 조용히 오래 살아남고 있는 툴일수록 강세를 기대할 수 있음)
크게 위처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소프트웨어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종 산업군을 점유하는 유사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히려 소프트웨어 고유의 특징이 희석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 SaaS, 즉 소규모의 틈새 소프트웨어들이 점차 등장하는데요, 이들이 성과를 내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 소프트웨어 개발 방향이 대형 기업을 겨냥한 범용적 제품에서 특정 산업에 맞춘 소프트웨어로 진화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전에 제가 작성한 뉴스레터에서도 이런 흐름을 예측했는데, 그때의 추측이 현실화되고 있어 꽤 재밌었습니다. 아! 지금은 뉴스레터는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참고 : https://hannah-saas.stibee.com/p/5/, https://hannah-saas.stibee.com/p/1)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SaaS 마케터들은 이직을 하더라도 동일한 소프트웨어 업계 내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직을 할 때마다 다루는 제품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회사의 산업군, 규모, 기능 고도화 여부에 따라 마케팅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요.
먼저, 수요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제품일수록 범용적인 마케팅 전략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는 'SEO 콘텐츠'에 집중하기보다는 브랜드 캠페인, 웨비나, 소셜미디어 광고 등에 주력하게 되죠. 이런 회사들로 이직할 경우 기존의 범용적인 마케팅 방향을 먼저 실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미 자리 잡힌 큰 회사는 전반적인 마케팅 방향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편이라 큰 실패나 성공 없이 중간 정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반면, 작은 규모의 제품 마케팅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정 산업과 좁은 직군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일수록 마케팅이 다소 독특해지죠. 재미있게 느껴질 만큼 창의성을 요구하지만, (재밌어진다는 말인 즉슨.. 마케터 본인이 매우 힘든길을 걸어간다.. 라는 뜻..) 그만큼 마케터로서 상당한 고생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마케팅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1~2인, 많아야 1인 체제로 모든 마케팅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이직할 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작게는 웹사이트 기획과 구현부터, 크게는 마케팅 자동화 프로세스의 기초 설정까지... 그야말로 마케팅의 모든 부분을 담당하게 되죠. 이런 프로세스가 즐거운 분들이라면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이직을 추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소 힘든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재밌게 일하는 만큼 성과도 더 따라오게 되고, 마케팅과 함께 제품이 커가는 걸 보고 있자면 마치 내 자식이 크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특히, 주니어 마케터들이 이직을 고민할 때는 더 고려할 점이 많죠. 경험한 제품의 수가 적다 보니(많아야 한두 개 기업에서 제공하는 여러 소프트웨어 정도) 마케팅 방법이 특정 회사에 맞춰진 경우가 많아요. 이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 "내가 하던 방식이 잘 안 되네,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실제로 웹사이트 문의를 통해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이전 회사의 마케팅 방향은 배경지식으로 두고 소프트웨어라는 특정한 틀 안에서 마케팅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각 제품의 특성과 해당 산업군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B2C에서 B2B 프로덕트 마케팅으로 넘어오는 경우
만약 B2C에서 B2B로 넘어오는 것을 고려 중이라면, 무조건 범용적인 B2B 프로덕트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해요. 이렇게 하면 기존에 해오던 마케팅 방법을 활용할 수 있고, 적응도 훨씬 수월하죠. "작은 프로덕트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고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범용적인 대형 SaaS 프로덕트를 경험한 후 고민해도 늦지 않아요. B2C에서 B2B로 넘어오는 것도 힘든데, 굳이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범용적인 프로덕트'란 대형 고객사를 주요 타겟으로 삼는 큰 규모의 SaaS 소프트웨어를 뜻합니다. 그러니 이직을 고민할 때는 기업의 규모보다는 제품이 보유한 고객사의 규모를 먼저 고려해 보세요.
같은 산업 내에서 B2B 프로덕트로 이동하는 경우, 큰 특이사항은 없지만 고객사 특성에 따라 마케팅 전략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이때 고객사의 규모가 스타트업인지, 중견기업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비슷한 유형의 프로덕트일 경우, 기능이나 사용법, 홍보 방식이 거의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고객의 취향과 필요를 더 깊이 이해해야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죠. 따라서 이직할 때 고객사의 규모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고민되는 선택이죠! 왜 이런 결정을 하셨나요?! 큰 규모의 SaaS 프로덕트를 경험했다면 이미 SaaS 마케팅에서 필요한 여러 전략을 소화해 본 상태일 텐데요,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이 비슷한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습니다. 다만, 작은 규모의 프로덕트로 이직하게 되면 세부적인 업무가 훨씬 많아져요. 이메일 작성부터 고객관리 프로세스, 리드 너쳐링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죠.
만약 이직하려는 곳이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소프트웨어라면, 훨씬 더 많은 일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만드는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브랜드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커요. 이 경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시 대형 소프트웨어 마케팅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저의 경우, 큰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프로덕트 마케팅에서 시작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노하우를 작은 브랜드의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었죠.
지금 메인으로 운영하는 곳은 출시 전 유저 대상군이 5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소프트웨어였는데, 시작하면서 고난이 많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도입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했어요. 년초 오프라인 부스에서 "너네 뭐야?"라는 반응에서 "아~ 너네구나! 체험해볼래"로 변했을 때의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여전히 할 일은 많지만, 소수 정예 팀으로 열심히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프로덕트로 이직할 때는 열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열정을 즐기며 브랜드 성장에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길은 조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직 외에도 IT 기업에서 나와 창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은 다루지 않을 예정이에요. 창업은 드문 케이스니까요.
이전 같으면 '제품의 비전과 미래를 보고 선택하라'고 말씀드렸겠지만, 이제는 ‘내가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분야의 성격을 지닌 프로덕트’로의 이직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2024년 10월 기준으로 SaaS 시장은 B2C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특히 협업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기능적으로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해서 이직 시에 제품의 비전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분야의 프로덕트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어요. 심지어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프로덕트도 갑작스레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럴 때는 '내가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로의 이직을 고려해 보세요. 성과를 목표로 일을 하다 보면 과정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결과도 자연스레 뒤따라올 겁니다. 만약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즐겁긴 했는데 다음에는 이 방법은 지양해야겠다'라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이 일할 때,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몰입할 수 있는 성격의 프로덕트로의 이직을 적극 고려하세요. 예를 들어, 고양이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 마케터라면, 펫 산업이나 펫 테크 분야의 프로덕트를 마케팅할 때, '내가 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먹고 살기 위해서 다닌다고 표현하죠. 저는 조금 생각하는게 달라요. 물론 저도 먹고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죠. 다만, 거기에 더해 ‘자아 실현’의 목적을 가지고 일하면 같은 시간에 두 배의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퇴근 후에 또 다른 일을 하며 전문성을 쌓는 것도 훌륭하지만, 일과 후에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연결된 일을 한다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될거예요. 여러분의 이직에 행운이 깃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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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주제가 쓰고 싶다! 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글을 전했습니다! 여러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직을 결정 하게 된다면 퇴근 후에도 여러분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는 것,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