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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여인 Jun 18. 2024

나는 선한 사람이다

한번 구독은 영원하다

  브런치북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 아날로그 성향인 내가 혼자 힘으로 컴퓨터로 책을 발행하다니. 어쨌거나 놀라운 성취감을 맛본 계기가 되었다. 두 권의 책, (아버지를 기억해줘)에서는 아버지가, (아흔에 시를 읊다)에서는 엄마가 주인공이다. 코로나 19로 온갖 고통을 겪으며 아버지가 천상으로 떠나는 과정을 표현했고, 지아비를 하늘로 보낸 엄마의 넋두리를 시로 표현해 냈다.


브런치 스토리를 처음 만날 날, 신세계를 보는 듯 두 눈은 휘둥그레졌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마당 전체에 좌악 펼쳐져 있던 금싸라기 같은 글들이 반짝거리며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은 참으로 열심히도 살고 있었다. 수준 높은 글에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죄다 이곳으로 모이라고 했나?’ 동시에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살았나, 풀이 죽었다. 이토록 감동적인 글을 경작해서 세상에 선을 보이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냈을까.      


수많은 글이 나를 순식간에 변덕쟁이로 만들어 놓았다. 혼자 킥킥대고 웃다가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는 등, 무언가에 홀려버린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연결된 듯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응원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낯설게 만난 신기한 광경에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리며 마주한 글들. 내 손가락은 어느새 라이킷의 하트 위에 살포시 올라가 있다. 몰입해서 몇 편을 더 읽고 나서 구독까지 꾸욱 누르고 나서야 다른 방으로 넘어갈 수 있었으니. 신기해서 누르고, 감동해서 누르고, 공감해서 누르는 사이 내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는 무려 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구독을 누르는 손가락 놀림의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나를 구독해 주는 숫자는 느림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을 때, 내가 구독하는 숫자는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었다. 쓰고 싶은 글이나 열심히 쓰면 되었기에 욕심은 내지 않았다. 어쩌면 작가보다는 독자 수준에 어울릴 만했고, 새내기 할머니가 과욕을 부리면 볼썽사나울 수도 있겠다 싶은 소심함 때문이었다.      


어느 날, 조회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대사건이 생겼다. 올릴까 말까 망설이던 두 편의 글이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부자가 되고 나서 보이는 것들' '첫 월급은 통째로 시부모님께'라는 두 편의 글이었다. 조회 수가 갑자기 팍팍 오르기 시작할 때 천지가 개벽하는 줄 알았다. 심장이 두근반세근반 쫄깃해지는 통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제 젊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나이, 모든 것에 조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이러다가 유명해지는 거 아냐?’

착각도 유분수지, 치료제도 없는 망상이었다. 조회 수가 많다고 해서 라이킷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라이킷 수가 늘어난다고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고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바로 초보 중의 왕초보다.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제목에 끌려 그냥 조회만 해봤을 뿐이거든요?’    

  

글이라는 형태로 빚어낸 서로 다른 유형의 삶을 따라가 보려고 브런치 마당에 들어섰다. 작가님들 덕분에 깊이가 있으면서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글쓰기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잘 쓴 글은 물론이고, 진정성 있는 글이라면 응원 차원에서라도 구독을 누른다. 안타까운 건 그 수많은 작가님의 글을 모두 다 읽을 수는 없다는 사실. 구독을 신청해 놓고도 자주 들어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구독자 ‘100’이라는 숫자가 눈에 입력되던 순간이 생각난다. 아, 이런 일도 있구나. 믿기지 않는 숫자 100을 가슴에 담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그 기쁨도 잠시, 좌절로 추락한 것은 불과 몇 분이 채 안 되어서다. 누군가가 구독을 눌렀다가 취소하고 만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숫자 ‘99’라는 요 녀석이 사람 속을 어찌나 요리조리 후벼 파던지. 같은 수라도 98에서 올라온 99는 희망이었지만, 100에서 내려온 99는 절망 그 자체였다. 어느 누군가의 손가락 놀림 하나가 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 준 셈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니 세상사, 헛된 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만약 구독자 수가 99인 작가님을 보게 된다면 내 손으로 얼른 100을 채워주는 미덕을 발휘하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작가님들의 글을 사랑할 것이며 꾸준히 구독을 누를 것이다. 내가 누른 숫자 1의 영향력은 클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강하게 해줄 수도 있고, 삶에 대한 용기도 커지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내가 그랬듯 다른 분들도 그런 감정일 거라고 굳게 믿는다. 특히 한창 자라나는 새싹 작가라면 더욱 응원을 보내고 싶다. 단, 구독했다면 세상이 두 쪽이 나도 불변이다. 구독 철회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는 선한 사람이니까.

      

오늘도 나는 허술함을 채우려고 모니터 앞에서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는다. 이 자리를 빌려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오죽잖은 글에 라이킷을 누른다거나 댓글로 공감을 표현해 주는 분들, 특별히 구독까지 눌러 주신 너그러움에 넙죽 고개를 숙인다.

“언제나 행복과 건강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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