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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Mar 24. 2022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는 걸 만들어내는 방법

디자인과 심리학 : 17. 병치 기법

병치 기법(Juxtaposition) : 비슷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대상을 나란히 옆에 두는 것


병치 기법은 비슷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대상을 나란히 옆에 두는 것을 뜻한다. 사실 병치라는 단어를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진 않아서 더 재미없고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문학, 광고, 미술, 사진,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고 하는데... 이 기법을 써서 좋은 게 뭘까? 어떤 효과가 있길래? 지금부터 여러 가지 예시들을 살펴보며 알아보도록 하자.


(예시 중에 문학 작품이나 영화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광고에서의 병치


나이키는 사람들이 한창 코로나19로 힘들어했던 2020년 말에, 이런 브랜드 광고를 선보였다. 바로 You can't stop us - NIKE 라는 광고인데, 병치 기법을 정말 잘 활용한 광고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도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


나이키는 서로 다른 스포츠와 행위 그리고 인종을 병치시킴으로써, 'You can't stop us', 즉 '우리들의 스포츠 정신을 막을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만약 나이키가 각 장면들을 이어 붙이지 않고 개별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이 정도의 극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을까?


이어서 시몬스의 2021 AD CAMPAIGN 을 보자. 아마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보셨을 것이다.


...


하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란히 등장하다, 이어서 편안한 얼굴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시몬스는 '피곤함'이라는 감정을 병치시켜 '편안함'이라는 감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냥 숙면을 취한 듯한 사람의 편안한 표정만 보여주었다면 그 효과가 덜 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영화로 넘어가 보자.


2. 영화에서의 병치


다음은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의 장면 중 하나이다.

의문의 낡은 성으로 가는 에이반, 그곳에 누가 살고 있긴 한 걸까?


깔끔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집들과 어두침침하고 낡은 성, 두 대상의 병치를 통해 의문의 성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가위손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의문의 성에 사는 남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손이 있을 위치에 가위가 달려있는 남자의 모습은, 우리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다. 살아있는 것(사람)과 살아있지 않은 것(가위)의 병치는, 앞으로 이 남자가 해나갈 일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킨다.


그렇다면 이미지가 없는 문학 작품에서도 병치 기법을 활용할 수 있을까?


3. 문학에서의 병치


아래는 조지 오웰의 문학 작품 <동물 농장>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번갈아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이미 구별할 수 없었다...


위 부분은 <동물 농장>의 가장 마지막 문단이다. 조지 오웰은 작품 내내, 동물과 인간을 끊임없이 대립 구도에 놓는다. 마치 히어로와 악당의 대립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절정에 치닫을수록, 점점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조지 오웰은,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이미 구별할 수 없었다'라는 대목으로 두 대상을 나란히 병치시킨다. 그 결과 나는 조지 오웰이 전하고자 했던 '권력과 지배욕'에 대한 메시지를 더욱 극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4. 그 외 다양한 예시들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광고 영상, 크기의 병치를 재치 있게 활용하고 있다.

출처 : NUDAKE 공식 인스타그램


디지털 크리에이터 Stephen Mcmennamy, 엮을 생각조차 못 했던 두 대상을 병치시켜 흥미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출처 : Stephen Mxmennamy 인스타그램

이제는 좀 알겠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병치 기법을 사용한다는 걸 말이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이 병치 기법을 잘 이해한 뒤, 브랜딩과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에 잘 활용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 가지 중요한 건, '이러한 연출을 통해 전달할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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