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 디자인 2. 속임수 질문(Trick Question)
카카오톡 간편 가입은 말 그대로 간편하다. 하지만 너무나 간편한 탓에, 짚고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도 생겨버렸다.
다음은 모바일 환경에서 카카오톡 간편 가입을 할 때의 예시 화면이다.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전체 동의하기> 버튼을 먼저 인식한다. 그리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는, 그 관성에 의해 별생각 없이 <전체 동의하기> 버튼을 클릭할 확률이 높다.
<전체 동의하기> 버튼을 누르면, 그 아래 <동의하고 계속하기> 버튼이 노란색으로 활성화되며 시각적으로 주의를 끈다. 여기서 사용자는 지체 없이 버튼을 누르고 회원가입을 끝마칠 확률이 높다.
이 짧은 과정을 거치는 덴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용자가 5초라는 시간 동안 서비스 제공자에게 제공하거나 동의한 항목들은 아래와 같다.
성별
카카오 계정(전화번호)
출생 연도
생일
이벤트 알림 이메일, 문자, 앱 푸시 동의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
광고와 마케팅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받기
이 모든 항목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선택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화면 내 모든 문구를 꼼꼼히 읽어봤어야 했고, 스크롤을 내려 어떤 선택 항목들이 있는지 살펴봐야 했다.
다크패턴 디자인을 12가지로 유형화한 해리 브링널은 속임수 질문 유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 유형의 디자인은 의도하지 않은 대답을 하도록 속이는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훑어보면 한 가지를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완전히 다른 것을 묻는다.
엄밀히 따지면 카카오톡 간편 가입 예시는 이 유형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맥락 상,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유도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예시를 채택했다.
'제대로 읽지 않은 사용자 책임도 있지 않아요?'
충분히 맞는 말 같다. 카카오는 전체 동의가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했고, 선택 항목에 동의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잘 명시해 놓았다.
그런데 적어도 사용자가 어떤 선택 항목들이 있는지 파악하게 하고 난 뒤에, 전체 동의하기 버튼을 노출시키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지 않을까? <전체 동의하기> 버튼이 다수의 선택지에 일일이 동의 버튼을 누르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동의 절차에 포함되는 <전체 동의하기> 버튼의 존재 의미조차 잘 모르겠다.
결국 이는 선택 항목에 대한 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아래와 같이 꽉 찬 화면에 되도록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게 어떨까? 또한 선택해야 하는 항목들 간에 별도의 시각적 위계를 두지 않음으로써, 사용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광고 채널을 확장하고, 푸시 알림으로 트리거를 일으키며,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기반으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서비스 제공자는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서라도 우리가 앱의 알림을 켜도록 만들고, 마케팅 메시지 수신을 동의하게 만든다.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 심지어 현 상황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 만족도와 경험이 중요해진 요즘, 그 어떤 때보다 진정성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의 배려를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제시한 방법보다 훨씬 더 나은 디자인을 해낼 수 있을 거다. 아예 이 단계에서 선택 항목을 제공하지 않고, 사용자가 앱 내 특정 플로우를 탈 때, 자연스럽게 넛지할 수도 있을 거다. 맥락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마주한다면, 거부감도 훨씬 덜 할 것 같다.
이 글과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doyeong/11
https://brunch.co.kr/@doyeong/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