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업도전기 ep3.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직장 후배 구하기
다~ 의미 없다 형, 여긴 더 잘한다고 돈을 더 안 줘~
벤처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매우 큰 문제에 직면했다. 참여기준은 2인 1팀. 같이할 팀원이 필요했다. 극도의 안정적임을 추구하는 공기업에서 당장 나가 같이 사업할 사람을 찾는다는 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일단, 노트와 펜을 꺼내서 조건을 하나씩 적어보기 시작했다.
조건은 총 4가지였다.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 필요했고, 최악의 경우 남의 가정을 망치고 싶지 않단 마음에 미혼자를 조건으로 설정했다. 또, 선장이 2명이면 배가 산으로 가니까, 내가 큰 사업의 결을 잡으면 그곳에 힘을 보태줄 성향의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성실해야 했다. 이걸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조건 1*
'돈은 하는 만큼 벌어간다. 근데 못 벌 수도 있다.'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조건 2*
망하면 결혼을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
*조건 3*
아이디어 A를 B로 반박하지 않고, A에 B를 더해줄 수 있는 사람
*조건 4*
쉬지 않고 미친 듯이 같이 일할 사람
결론적으로, 이런 사람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사업은 관심 없지만 평소에 잘 따르던 동생 같은 후배가 있다. 내면적으로 고집이 굉장히 센데, 아는 것도 해본 것도 많지 않다. 근데 그런 게 중요하기보다, 일단 뭐 딱 맞는 조건은 하나 없어도 둘이 고생할 각오만 하면 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쓱 물어봤다.
야, 나랑 사내벤처할래? 야, 나랑 사업할래?
사실, 파트너를 구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거절을 당해왔다. 4가지의 조건은 수많은 거절 속에서 내가 고심하고 고심해서 고른 조건이었다.
거절에 너무나도 익숙한 나는, 그의 거절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근데 고민도 없이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형, 그거 하자
한동안, 굉장히 큰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을까. 날 그렇게 믿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어 돌림 없이 스트레이트로 물어봤다. 이 친구의 고민을 들어보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일이 매우 힘든 부분도 많고, 또 나와 신뢰관계도 있고, 또 이런 걸 하면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행복해하는지 알고 싶다고도 했다. 고맙기도 했지만,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이 친구가 말한 뭘 해야 행복한 지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했다. 이 친구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나 보다. 항상 눈이 풀려있었고, 회사 밖을 나가면 정신이 돌아왔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올랐다. 나는 그를 구출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사업에 임했다. 그가 나와 사업을 하면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는 그다음에 생각해야 했다. 누군가 보면, 한심하게 볼 수도 있지만, 그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성격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른데, 이상하게 뭔가 겹치는 구석이 하나는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계획서엔 그와 나의 이름이 들어갔고, 나는 대표자, 이 친구는 팀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건넸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 같이 왔다.
성공은 모르겠고, 굶어 죽진 말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