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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Nov 05. 2021

뿌링클 치킨이요? 호프집 후라이드 치킨은 아는데요...

촌스러워 보여도 전 좋은데요 #03

    "치킨에다가 뭔 짓을 하는 거야..."


요즘 치킨 이름이 너무 어렵다. '허니' 어쩌고 저쩌고, '갈릭' 어쩌고 저쩌고, '' 어쩌고 저쩌고, '황금' 어쩌고 저쩌고, '시킬  메뉴 이름을  말하면서 시킬  있나?' 생각이  정도로 길고 난해하다. 막상 시키면 별거 없다. 치킨 위에 무슨 가루가 뿌려져 있거나, 맵거나, 독특한 양념을 발랐거나 하는 식이다.


내가 원하는 치킨은 그런  아니다. 내가 원하는 치킨 집으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정도의 생닭에, 짭조름한 밑간을 하고 신선한 기름에 튀겨내어, 사장님이 직접 만든 양념 소스를 찍어먹는, 그런 아주 보통의 평범한 후라이드 치킨이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평범한 치킨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치킨 값도 많이 올라 치킨  마리에 2 원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 나는 이런 평범한 치킨을 먹고 싶을 , 낡은 노란색 배경 간판 호프라고 써져있는 집을 찾아간다. 간판에 하이트·카스 맥주가 그려져 있으면 금상첨화다.




요새 레트로가 유행이라 일부러 옛날 분위기를 내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에 속지 말고 입구에서부터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호프집을 가야 한다.


먼저 간판에  많이 탔거나, 밖에서 안을 들여다봤는데 '제대로 먹을 수나 있나?'  정도로 조명이 어두컴컴한지 확인한다. 그리고 테이블은 요즘처럼 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니라,  테이블이 ㄷ자로 분리된 공간 안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1 탐색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면  확인할  있다. 의자와 테이블의 상태를 봐야 한다. 옛날 호프집은 요즘처럼 의자를 쓰지 않는다. 길게  벋은 소파를 의자로 쓴다. 여기서 혼자 이기적으로 앉는 그런 의자는 없다. 의자를 확인하면 테이블을 확인한다. 요즘은 테이블을 만졌을  매끈해야 좋은 식당으로 인지가 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약간 테이블이 끈끈해야 한다. 너무 끈끈하면 청결에 문제가 있는 곳이지만, 장사가 잘되는 오래된 호프집은, 기름을 계속 튀겼던 곳이기 때문에 테이블이 약간 기름에 절어있는 것이다.


확인을 끝내고 앉으면 사장님이 메뉴판과 함께 강냉이나 마카로니 뻥튀기를 가져다주신다. 메뉴판은 봐도 뭘 먹을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메뉴가 단출하다. 이런 곳에서는 대부분의 확률로 후라이드 치킨이 맛있다.


주문을 하려 사장님을 부르려고 하는데 보통 딩동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크게 목청껏 사장님을 부르면 된다.


    "사장님!"


호프집은 사장님이 혼자 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오시지는 않는다. 사장님이 쳐다보면 다시 한번 큰소리로 주문하면 된다.


    "여기 오백 2잔이랑, 후라이드 치킨 주세요!"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면 주문이 된 것이다. 주문서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해서 주문이 안됐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닭이 조리되는 동안 사장님이 맥주를 가져다주신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독특하게 1000cc 맥주 팔아서 사실 그걸 자주 먹는다. 예전에 잠깐 바이킹 맥주라고 유행했던 맥주인데 여기는 아직 파는  같다.


강냉이를 먹으면서 맥주를 2/3 정도 먹었을 때쯤, 치킨이 나온다. 내가 원했던 치킨 이거였다. 닭다리만 먹어도 배가 부를  같은 사이즈,   베어 물면 짭조름한 육즙이 느껴지는 , 사장님이 직접 만든 양념소스와 옛날 샐러드, 그리고 그냥 먹을 때는 맛이 없지만 치킨이랑 먹으면 맛있는 호프. 내가 생각하는 치맥의 정석이다.



거기에 부족하다 싶으면 감자튀김 시킨다. 여기서는 요즘 감자튀김처럼 얇고 세련된 모양의 감자는 없다. 집에서 엄마가 튀겨주는 감자처럼 큼지막하고 예스럽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먹고, 착한 가격에 흐뭇해지며 가게를 나온다.




고된 일상에 한 주의 마무리를 치맥으로 할 때가 많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 치킨가게가 정말 많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너무 세련되지는 치킨집이 나는 뭔가 좀 어색하다. 옛날 호프집보다 훨씬 깔끔하고, 치킨도 다양하고, 맥주 맛도 좋지만 다 먹고 나서도 허기가 지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치킨을 먹고 싶을 , 웬만하면 낡은 간판의 호프집 간다. 프랜차이즈보다 메뉴도 별로 없고,  깔끔해 보이지만, 호프집에서 먹고 나면 마음까지 든든하다.


이번 주 새로운 치킨집을 찾는다면 호프집 치킨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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